영화표 값의 60%가 세금이었던 적이 있다? 없다?
기름 값도 아니고, 무슨 영화표에 60%씩이나 싶지만, 그랬던 적이 있다. 영화표에 ‘부가가치세’가 아니라 ‘입장세’가 붙던 옛 시절 얘기다.
여러 차례 세율 조정이 있었고, 입장하는 장소마다 차등을 두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10%’처럼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영화의 경우 50%를 훌쩍 넘는 세율이 보통이었다.
영화표에 입장세가 처음 붙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이다. 영화관을 비롯해 공연장, 스포츠 관람장, 공원, 유적지 등 매우 많은 장소 입장에 대한 세금 즉 입장세가 처음 생겼다. 처음 세율은 5~10% 수준이었는데, 점차 높아져 영화의 경우 30%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난리가 났다. 해방 후 아직 정부 수립이 되지 않았던 미군정시기에 해당하는 1948년 6월에 영화입장권 입장세 세율이 100%로 개정된 것이다. 영화표 값만큼 세금을 내게 된 것. 당시 외국영화보다 한국영화 입장권이 더 비쌌기 때문에 여러모로 한국영화계는 불리해진 상황이었다.
1년만인 1949년에 입장세율이 조정되는데, 연극 공연장과 스포츠 관람장의 경우 30%, 영화관은 60%, 경마장 110%, 당구장과 댄스홀 120% 로 세율이 조정되었다. 영화관은 연극이나 다른 예술, 스포츠 관람장보다는 좀 더, 그러나 경마장이나 당구장보다는 덜 사행성이 높은 곳으로 인식했던 것일까? 흥미로우면서 입이 벌어지는 세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쟁도 나고, 세월이 흘러 1954년이 되면 영화표 세금 관련 거대한 사건이 벌어진다. 지금도 원로 영화인들은 그때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정부가 한국영화에 대해서만 입장세 면세 조치를 내린 것이다.
60%의 세금이 면세되자 영화관과 한국영화제작사는 똑같은 관객이 들어도 훨씬 많은 매출을 챙겨갈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외국영화에 대해서는 80% 입장세가 부가되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 관객이 증가하고, 제작이 활발해지고, 그 중에는 큰 히트작이 나오기도 했던 데에는 분명 1954년 한국영화 입장세 면세 조치의 효과가 컸다.
이후 1960년 외국영화 입장세는 인하되고, 한국영화 입장세 면세 조치도 풀린다. 그래도 여전히 차등을 둬서 외국영화 18~23%, 한국영화 2~4% 수준의 세율로 조정됐다. 그리고 계속해서 세율은 인상, 인하가 반복되어 약 30% 수준을 유지하다가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되면서 영화표에는 입장세 대신 부가가치세가 붙게된다.
추석 용 영화를 좀 소개해 볼까 준비하다가 뜬금없지만 영화 입장세 얘기를 했다. 요즘 쏟아지는 감세, 탈세, 증세, 사실상 증세 등 세금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기시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세수 증가만 될 것이냐, 금연자가 증가할 것이냐, 어느 쪽 예측이 맞을지 궁금했던 담배 값 관련 소식,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각종 세금 덕분에 가격 하락에 한계가 있다는 소식 등 간접세 관련 뉴스도 내 기시감을 자극했다고 할까.
고율의 입장세가 유지되던 시절, 영화 입장세율 관련 예전 기사들이나 증언들 중에도 간접세로 편하게 세수를 확보하려 한다는 간접세 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손쉬운 세수 확보’, ‘서민 부담 증가’ 등 사용하는 단어도 요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루는 대상만 다를 뿐.
영화입장권에 경마장이나 당구장, 댄스홀 보다는 낮은 세율이었지만 60% 입장세가 부가되었다는 것은 당시 영화에 대한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영화관, 영화관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새삼 짐작할 수 있다.
연휴다! 10% 부가가치세와 3% 영화발전기금을 내기는 하지만, 과거 30%, 60% 입장세를 내던 시절 대비, 영화 볼 때 세금 부담은 훨씬 덜 되는 시절이니, 다양한 영화관에서 다양한 영화들 즐기시기 바란다.
그동안 낸 영화발전기금이 영화발전에 잘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지 확인도 할 겸 말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외래교수
사진=한국영상자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