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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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농구 초라한 성적표… 예고된 ‘中 창사 참사’

亞선수권서 레바논에 져 6위…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권 실패
협회 부실 지원… 선수단관리 엉망
201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에서 6위로 대회를 마친 한국 농구 대표팀이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저조한 성적뿐 아니라 대회기간 협회의 부실한 지원이 함께 도마에 올랐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은 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5∼6위 결정전에서 87-88로 져 6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최종 예선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농구가 올림픽에 참가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가 마지막이다.

한국은 최소 4강 진출을 목표로 이번 대회에 나섰으나 8강전에서 강호 이란에 덜미를 잡혀 5∼8위 순위 결정전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2009년 중국 톈진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최종 예선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남자 농구의 참사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다. 사령탑 선임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 우승팀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 고사했다. 결국 대한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 김동광 감독이 지난 6월 말에야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자가 뽑히지 않으니 선수선발도 늦어졌다. 대표팀은 7월 말쯤 소집됐고 부상 등으로 선수가 계속 바뀌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하승진(KCC)과 양희종(KGC)이 부상으로, 김선형(SK)은 불법 스포츠도박 가담 혐의로 징계를 받아 이번 대회 출전이 좌절됐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전원이 손발을 맞춘 시간은 한 달도 채 못 됐다.

선수단 관리도 엉망이었다. 우선 스포츠토토 지원금이 중단되면서 대표팀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특히 성적 부진뿐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이 연습복을 손빨래하고 도시락으로 식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대표팀 선수들의 수당이 절반으로 줄었다. 대한농구협회 방열 회장은 “사죄의 말밖에 할 게 없다. 협회가 총체적으로 잘못해 이 지경이 됐다. 다만 저변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면서 “올해 농구협회가 청소년 및 유니버시아드 등 각급 대표팀을 9개나 운영했다. 올해는 정부에서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국가대표팀 지원에 쓰지 못하도록 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FIBA는 2017년부터 각국 농구 대표팀이 홈과 원정을 오가는 방식으로 국가대항전을 펼친 성적으로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축구 월드컵 출전 과정과 같은 방식으로 바뀌는 것. 대한농구협회도 이에 따른 대비가 시급해졌다.

방 회장은 “대표팀은 전임감독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홈 앤드 어웨이를 하려면 프로팀과의 협조도 필수다. KBL, WKBL과 만나 빨리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