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논설실장 |
청년 세대, 노인 세대가 고용절벽 소득절벽에 가로막혀 ‘청년 난민’ ‘노인 난민’으로 떠도는 작금의 현실은 ‘헬조선’으로 불릴 만하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젊은 세대, 오늘의 사회를 이끈 ‘오래된 미래’ 세대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앞다퉈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고국을 떠나는 탈출 행렬에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살 만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고용절벽, 소득절벽을 포함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양극화, 불평등, 불합리 등이 빚어낸 왜곡된 사회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일부의 선의(善意)나 배려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 역시 ‘착한 마음씨’에도 불구하고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의 총체적 위기 극복은 사회 운영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구조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구조 개혁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반대 세력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구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인 사회적 합의와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설득과 대화를 통한 소통과 공감이 중요한 이유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 4대 분야 개혁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데 혼자 앞서가려고 할 뿐 함께 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사회의 문제 해결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우리 정치는 너무 무능하다. 세월호 사태 때 분출된 개혁을 향한 열망을 하나로 묶지 못한 것도 정치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국민의 신음소리가 가득한 이 시간에도 여야는 공천권 다툼을 벌이며 권력 놀음에 빠져 있다. 이쯤되면 호랑이보다 무서운 가혹한 정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는 태도의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 의회연설에서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마태복음 구절을 전했다. 우리 정치인들도 교황의 호소를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대접 받으려거든 국민을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미국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교황의 한마디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하원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눈물로 호소한다. 국민을 위해 기도해달라. 국민의 눈물을 닦아달라.
김기홍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