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FIFA 개혁' 공약 내건 정몽준에 자격정지 직격탄

출마 선언 두달여만에 후보등록 불발 위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개혁을 기치로 내세우고 차기 회장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명예회장이 FIFA의 벽에 부딪혔다.

FIFA 윤리위원회는 8일(한국시간) 정 명예회장에게 자격정지 6년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10년 한국의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이 7억7천700만 달러(약 9천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관계자들에게 발송한 것이 문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자신에 대한 자격정치를 추진하는 윤리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블라터 회장의 살인청부업자"라고 표현했다.

월드컵 유치에 뛰어든 국가의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각종 공약을 내걸고 득표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정 명예회장의 행위만 콕 찍어 시비를 거는 것은 다른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내가 FIFA 내부의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에 공격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 명예회장의 선거전략은 '반(反) 블라터' 세력의 집결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7월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출마의지를 처음으로 밝힐 때부터 "블라터 회장이 정신을 못 차렸다. 블라터의 측근 세력들도 모두 반성하고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도 공개한 8개 항목의 공약도 블라터 회장을 중심으로 한 FIFA의 핵심세력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정 명예회장은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 간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총회를 열린 토론의 장으로 바꾸고, 회장직에 임기 제한을 두겠다는 공약을 공개했다.

모두 17년간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렀던 블라터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블라터 회장은 "정 명예회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FIFA를 부패한 조직이라고 언급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시했다.

이후 국제축구계에선 정 명예회장에게 불리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정 명예회장의 라이벌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차기 FIFA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추천서 양식을 회원국에 발송해 불법선거운동 논란을 빚었고, 정 명예회장에 대한 윤리위의 조사도 속도를 냈다.

정 명예회장 입장에선 블라터 회장 등 FIFA의 핵심이 자신을 겨냥해 이 같은 일들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앞으로 정 명예회장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후보등록일인 10월26일 이전까지 CAS의 판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후보등록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정 명예회장으로선 절대 유리하지 않은 입장이다.

한편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였던 플라티니 회장까지 자격정지 90일 처분을 받아 후보등록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FIFA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일단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대로 '블라터 회장이 유력 후보들을 모두 낙마시킨 뒤 자신이 남은 임기를 마치려고 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씩 확산되는 분위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