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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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前 유엔의장 비리 자체 감사”

“절대 묵과 안돼” 조사 확대 시사
사상 최악 부패스캔들 비화 우려
사실 확인 땐 潘총장 리더십 타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8일(현지시간) 존 애시 전 유엔총회 의장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자체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2013∼2014년 유엔총회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130만달러(15억1000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된 애시 전 의장의 비리 의혹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뇌물수수 의혹이 7일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충격을 받았다’는 공식적인 입장만을 내놓았던 반 총장이 하루 만에 유엔의 자체감사를 지시한 것은 그만큼 반 총장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엔총회 의장은 사무총장과 함께 유엔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직책이어서 반 총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의 지시에 따라 유엔이 애시 전 의장의 비리 사건을 자체 조사하기로 했다”면서 “유엔 관련 부패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묵과할 수 없다는 게 반 총장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감찰은 유엔 내부감찰실이 담당하게 된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지금 밝힌 것은 첫 조치”라고 말해 조사가 확대될 여지를 시사했다.

유엔의 감사는 애시 전 의장에게 전달된 마카오 부동산재벌 응랍셍의 로비 자금이 전달된 경로에 맞춰지게 된다. 검찰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외부 재단과 유엔 내 기구 2곳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진다. 뒤자리크 대변인도 “유엔, 세계지속가능재단, (응랍셍 소유의) 마카오 순키안입 그룹 간 거래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유엔의 대응은 부패 의혹이 전해진 당일인 7일 뒤자리크 대변인의 발언 내용과는 궤를 달리한다. 두자릭 대변인은 당시 ‘총회 의장의 문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총장이 아닌) 193개 유엔 회원국들이 결정할 일”이라는 발언을 고수해 비난을 샀다. 범죄 수사를 할 수 없는 유엔감찰실의 한계도 설명했다.

유엔의 입장 변화에는 이번 의혹이 사상 최악의 부패 스캔들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코피 아난 전 총장 시절의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스캔들’보다 더 거센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반부패와 조직 개혁에 적극적이었던 반 총장이 입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