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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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꼬여요" 男의 고민에…"당신에게 음기가 있어"


중국이 지난 1997년부터 동성애를 합법화한 가운데 여전히 이들을 치료하겠다며 불법 의료행위를 자행하는 이들이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상하이스트에 따르면 첸 웨이는 최근 베이징(北京)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다. 이곳은 동성애 성향을 없앨 수 있다는 광고로 세간의 관심을 끈 곳이다.

첸씨는 그동안 여러 남성으로부터 일종의 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여성적인 그의 외모 때문이다.

첸씨를 본 병원의 진단은 황당했다. 의사는 그에게 ‘음기(陰氣)’가 넘친다고 말했다. 음기가 작용해 남성들의 양기를 끌어당겼다는 것이다. 이 병원은 첸씨에게 약간의 콜라겐 주사를 놓고는 3일 뒤 모든 것이 낫는다고 장담했다.

콜라겐 주사가 첸씨의 음기를 없앨 리 없었다. 그는 치료 대가로 1만위안(약 178만원)을 병원에 냈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첸씨는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섰다.



이번에 첸씨를 만난 사람은 장씨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의사가 아니었다. 다소 무당 같았던 그는 첸씨에게 부적을 써줄 테니 몸에 지닌 채 다니라고 신신당부했다.

장씨는 첸씨의 몸에 과거 그가 키웠던 반려 앵무새의 혼이 깃들었다고 말했다. 첸씨가 앵무새 영혼에 홀려 다른 남성들을 꾀고 다닌다는 주장이었다.

콜라겐 주사를 놓은 병원이나 부적을 떠맡긴 이나 첸씨에게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약간의 생강, 대추 그리고 전통 약재를 가져왔지만 첸씨의 증상을 전혀 치료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동성애를 치료하겠다며 얼토당토않은 수법을 들이대는 병원은 이곳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동성애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존이라는 이름의 남성이 화베이(華北) 지구 톈진(天津)의 한 병원을 찾았다. 이곳은 전극치료로 동성애 성향을 없앨 수 있다고 떠벌린 곳이었다.

존은 전기치료를 받고 구토를 유발한 약까지 처방받았다. 물론 모두 가짜였다.

존은 “중국 부모들은 아들이 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손자를 가질 수 없음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어떤 남성이 부모에게 동성애자임을 밝힌다면 그는 ‘병원에 가라’는 말을 듣는다”며 “‘갔다 왔어’라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존이 출연한 다큐멘터리는 영국 방송 채널4에서 ‘Unreported World(보도될 수 없는 세계)’라는 제목으로 전파도 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상하이스트·유튜브 Unreported World 영상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