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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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마저 ‘꽁꽁’… 이 빠진 사자 어쩌나

삼성 KS 1승2패… 기선 뺏겨
프로야구 삼성의 사상 초유의 통합 우승(정규리그+한국시리즈) 5연패에 적신호가 켜졌다. 마운드 싸움에서 밀리는 데다 타선 또한 침묵하고 있어 ‘진퇴양난’이다.

올 시즌 삼성이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상 처음으로 5인 선발 전원이 10승을 달성할 만큼 안정된 선발 로테이션과 안지만-임창용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불펜진, 사상 첫 2년 연속 팀 타율 3할을 넘긴 타선의 화력 등 3박자의 조화였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계를 강타하고 있는 도박 의혹으로 선발진 에이스 윤성환과 셋업맨 안지만, 마무리 임창용을 잃어 마운드 운용은 크게 헐거워졌다. 실제로 1~3차전 선발로 나선 피가로·장원삼·클로이드는 퀄리티 스타트에 실패했고, 1차전을 제외하면 불펜진도 두산 타선을 막는 데 버거웠다. 
왼쪽은 최형우, 가운데 박석민, 오른쪽은 이승엽
이제 삼성의 ‘믿는 도끼’는 타선뿐이다. 그러나 1차전 9점을 따낸 이후 2, 3차전을 합쳐 모두 1점만을 뽑는 데 그쳤다. 물론 두산의 ‘원투펀치’ 니퍼트(7이닝 무실점)와 장원준(7과 3분의 2이닝 1실점)이 잘 던지긴 했지만, 삼성 타선 특유의 집중력이 살아나지 않은 게 더 컸다.

특히 삼성이 자랑하는 클린업 트리오(3~5번)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한국시리즈 1~3차전에서 삼성의 나바로-최형우-박석민이 이룬 클린업 트리오는 35타수 7안타(타율 0.200) 2홈런 5타점으로 침묵하고 있다. 민병헌-김현수-양의지로 이어지는 두산 클린업트리오가 1∼3차전에서 33타수 10안타(타율 0.303) 8타점을 올린 것과 비교된다. 특히 올 시즌 내내 삼성의 4번 타자를 지켜온 최형우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나바로(12타수 3안타 4타점)와 박석민(10타수 2안타 1타점)은 그나마 1차전서 각각 3점포와 솔로포를 터뜨리며 ‘손맛’은 본 상황이다. 그러나 최형우는 13타수 2안타에 홈런과 타점은 전무한 상태다.

이승엽(8타수 2안타 1타점)과 채태인(12타수 2안타 1타점)의 부진도 타선 침묵을 가중시키고 있다. 삼성 타선의 가장 큰 강점은 타 팀에 가면 얼마든지 클린업 트리오의 한 자리는 차지할 수 있는 이승엽과 채태인이 6, 7번에 포진해 중심 타선이 만든 찬스를 쓸어 담아준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심타선이 3번부터 7번까지인 셈이다. 그러나 이승엽과 채태인도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다 보니 타선 전체가 침체에 빠지고 말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주전 선수는 믿으면 언젠가 해준다”며 고정 라인업을 내세우는 게 철학인 사령탑이다. 그러나 3차전을 앞두고 이승엽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냈다. 대신 1, 2차전에서 벤치에서 시작한 팀 내 수위타자이자 전체 3위(0.349) 신인 구자욱을 선발 톱타자로 배치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이 한국 무대로 돌아온 이후 몸 상태가 나빴을 때 빼고 선발에서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류 감독도 타선의 부활이 절실했다는 뜻. 그러나 삼성 타선은 집중력 부족에 울며 단 1점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직행팀은 휴식이 긴 탓에 시리즈 초반 타격감을 되찾는 데 애를 먹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삼성도 시리즈 초반 타격감이 뛰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그땐 상대보다 월등한 마운드의 힘으로 버텨줬다. 주축 투수 3인이 빠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마운드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삼성 타선 스스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