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당나라 때 금강경에 통달한 덕산 선사라는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가까운 지방에 고승이 머문다는 소식을 듣고는 법량을 겨뤄볼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 그의 등에는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금강경이 실려 있었다. 이윽고 길을 가다 고갯길에서 떡을 파는 노파를 만나게 된다. 마침 출출하던 참이라 덕산 스님은 떡을 달라고 했다. 노파는 지게에 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더니 스님이 금강경이라고 하자 “그럼, 금강경에 관한 문제를 낼 터이니 답을 맞히면 떡을 그냥 드리지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천하제일의 금강도사를 자처하던 스님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노파가 질문을 던졌다. “금강경에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이라는 말이 있는데 스님은 어느 ‘마음에 점(點心)’을 찍겠습니까?” 과거는 이미 지나가 얻을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얻을 수가 없고, 현재는 잡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는데 어느 마음에 떡을 들겠느냐는 질문이었다. 덕산 스님은 그만 말문이 콱 막혀버렸다고 한다.
샐러리맨에게는 점심식사가 매우 중요하다. 주로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 저녁과는 달리 점심은 직장 동료나 지인들과 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 점심은 사회생활에서 사람을 사귀고 소통하는 유익한 수단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밥을 먹거나 식사를 통해서 그런 관계를 맺기도 한다. 말 그대로 점심은 사람들끼리 서로 ‘마음에 점을 찍는 일’이다.
그제 3년 반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점심 한 끼도 먹지 못한 채 헤어졌다. 두 정상의 회동은 점심시간 직전인 오전 11시45분에 끝났다. 청와대에서 배웅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어떻게 하십니까” 하고 묻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밖에 불고기를 먹으러 갑니다”라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수행원들과 점심을 때웠다고 한다. 한·일 관계의 골은 이토록 깊고 차갑다. 양국이 묵은 앙금을 골짜기로 흘려보내고 마음에 점을 찍을 날은 과연 언제쯤일까.
배연국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