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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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활·방짜수저·한과·옹기…장인의 예술혼 숨쉬다

전통문화탐방 ‘베스트 6’
11월이다. 추워지기 전에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 없을까. 한국관광공사는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수십년간 한 분야에 매달려온 장인의 예술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추천한다. 공사는 이달 ‘전통문화탐방 - 장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가볼 만한 여행지로 장인들이 있는 고장을 6곳을 선정, 발표했다.

경남 창원 창동예술촌 상상길.
#절제와 느림의 미학, 여창가곡 조순자 명인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무학로

가곡(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은 45자 내외 시조를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춰 10여 분 동안 노래하는 성악곡이다. 조선시대 풍류방에서 선비나 중인 가객이 불렀다. 남자가 부르는 것을 남창, 여자가 부르는 것을 여창이라고 한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평생 가곡 전승과 보급에 힘써온 조순자 명인은 2006년 창원에 가곡전수관을 설립하고 국악 꿈나무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저녁에 가곡, 기악 독주와 합주, 창작극 등으로 구성된 국악 공연도 마련한다. 관광 명소를 꿈꾸는 상상길, 창동예술촌 등을 연계하면 창원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창동복희집과 고려당은 지역민의 추억과 향수를 달래주는 맛집이며, 옛 마산의 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오동동 통술골목과 마산어시장이 창동과 가깝다. (055)221-0109

강릉의 방짜수저.
#4대째 방짜수저 가업, 김우찬 전수조교

강원도 강릉시 강중길

강릉시 입암동에 작업실을 둔 김우찬 전수조교는 방짜수저를 만들며 외길 인생을 걷는 젊은 장인이다. 16세 때 아버지에게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배운 뒤 지금까지 가업을 잇고 있다. 쇳덩이를 두드리고 펴서 만드는 방짜수저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다. 40여 가지 도구로 사흘 동안 두드리고 깎아야 수저 한 벌이 탄생한다. 매화와 연꽃, 대나무를 새긴 방짜수저를 보면 그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들이길에 오죽헌과 선교장 그리고 안목해변 커피거리에서 만추를 즐길 수 있다.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 한옥의 멋을 고스란히 간직한 선교장은 가을 운치로 가득하다.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경기 포천에서 유과를 만드는 명장.
#한과에 예술혼을 불어넣다, 한과명장 김규흔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

한과는 우리의 전통 과자다. 유과, 약과, 정과, 다식 등 종류가 많고 맛도 다양하다. 김규흔 명장은 한과 만들기에 평생을 바친 국가 지정 전통 한과 제조 기능 명인이자 대한민국 한과명장 1호(약과 분야)다. 유년 시절 먹은 한과의 달콤함을 기억하기에 전통 방식으로 정직하게 한과를 만들고, 한과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천편일률적이던 한과 모양에 변화를 주어 연꽃 모양, 마름모꼴 등 새로운 약과를 개발했고, 한과문화박물관을 개원했다. 한가원에서는 한과 제작 과정과 제작 도구 전시는 물론, 한과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인근의 산정호수는 김일성이 별장을 마련해 경치를 즐긴 곳인 만큼 가을 풍경이 뛰어나다. 둘레길을 걸으며 붉은 단풍이 가득 담긴 호수의 정치를 느낄 수 있다. 한가원 (031)533-8121

충남 예산의 초벌구이를 기다리는 옹기들.
#4대째 160년 전통을 잇는 황충길 옹기 명장

충남 예산군 오가면 오촌중앙길

미세한 공기구멍이 있는 옹기는 장을 발효하고 김치 맛을 오래 유지시키며, 곡식을 상하지 않게 저장하고 음식이 잘 식지 않는 ‘살아 있는 그릇’이다. 황충길 명장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전통 기법 그대로 옹기를 빚는다. 아들이 20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으니 4대, 160년에 이르는 장수 가업이다. 1990년대 들어 옹기 수요가 줄면서 문 닫는 옹기점이 많았으나, 냉장고용 김칫독을 발명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천연 재료를 숙성시킨 잿물로 아름답게 구운 명장의 옹기가 가을 햇살에 빛난다.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를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예산황새공원, 서예의 대가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고 자란 김정희 선생고택, 천년 고찰의 멋과 위엄을 갖춘 수덕사 등 역사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전통예산옹기 (041)332-9888
전남 목포에서 옥공예를 가르치는 장인.

#옥공예 대가, 장주원 옥장

전남 목포시 남농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00호 장주원 옥장은 옥공예 종주국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인정한 대가다. 목포에 있는 옥공예전시관에는 장주원 옥장이 오랜 세월 정성을 다해 만든 수많은 작품이 전시돼 있다. 수십년 동안 옥과 함께해온 장인의 고집스런 인생이 엿보인다. 전시관 위쪽 판매관에서 다양한 옥 장신구도 판매한다. 목포문학관은 목포를 대표하는 문학인 4인(박화성, 김우진, 김현, 차범석)을 집중 조명한 국내 최초 4인 복합 문학관이다. 목포 갓바위 문화타운 끝자락에는 마치 머리에 큰 갓을 쓴 것처럼 보이는 갓바위가 있다. 가족 나들이 코스라면 입암산둘레길을 추천한다.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정도(3.5㎞) 걸린다. 목포5미(味) 가운데 하나인 세발낙지는 연포탕으로 즐길 수 있다. 목포의 독특한 맛인 홍어삼합은 덤이다. 목포시 관광과 (061)270-8432
서울의 각궁을 만드는 장인.

#각궁을 넘어 활의 문화를 짓다, 궁장 권무석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10길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3호 궁장 권무석 선생 집안은 300년 전 조선 숙종 때부터 경북 예천에서 각궁을 만들었다. 권무석 궁장이 12대요, 아들 오정씨가 13대째다. 권무석 궁장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각궁 만드는 일을 도왔다. 하지만 16세 때 집을 나가 우체국 공무원, 버스운전사로 살았다. “활의 대가 끊겼다”는 형 영호씨의 말을 듣고 고심하다가 37세에 다시 활 만드는 길로 들어섰다. 권무석 궁장은 활 문화 전반에 관심과 애정이 있어 각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통 활쏘기 기능 보유자 고 장석후 장인에게 전통 사법을 배웠고, ‘국궁의 교범’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1994년 국궁문화대축제를 기획했으며, 육군사관학교와 경찰대학에서 궁도를 가르쳤다. 권무석 궁장에게 각궁을 만드는 일은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정신을 지키는 일이다.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 (02)741-1303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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