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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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모델, 교내에서 '프리 키스'…알고보니 에이즈 환자?

 

‘예쁜 모델분과 프리키스에 참여해주시는 분에게 빼빼로를 드려요’. 최근 SNS상 화제를 모은 한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Free Kiss’라는 문구 외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알고 보니 에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꼬집겠다며 대학생들이 벌인 ‘몰래카메라’ 캠페인 포스터다. 캠페인 방식을 두고 온라인에서 ‘성 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 소재 모 대학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소속 A씨 등은 지난 11일 오후 12시~3시까지 학내에서 ‘프리 키스 캠페인’을 진행했다. “젊고 예쁜 여성 모델”이 학내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지나가는 이들과 “프리 키스”를 한 후, ‘사실 에이즈 환자다’ 라고 말하고 상대의 반응을 관찰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캠페인 실행에 앞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해당 포스터를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캠페인 진행 과정은 모두 참가자 몰래 영상으로 촬영됐다.

이 캠페인 포스터와 내용이 SNS를 타고 학내외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상 ‘캠페인 홍보를 위해 여성을 상품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굳이 ‘예쁜 여성’ 모델을 이용해 캠페인을 벌였어야 했을까”, “다양한 신체접촉 중에서 왜 하필 ‘키스’인가? 다른 방식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예쁜 여성’과의 ‘프리 키스’를 내세우면서 남성을 겨냥한 캠페인이 됐다. 자연스럽게 성 상품화가 이루어졌다” 등이었다.

“에이즈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 병인데 이 캠페인은 명백하게 특정 성별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그에 따른 차별을 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에 또 다른 차별을 끌고 온 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난이 거세지자 A씨 등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A씨 등은 전공 수업 과제 차원에서 이 캠페인을 준비했다며 “에이즈 감염 환자와 신체 접촉만으로 에이즈가 옮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부정적 편견은 해소되지 못했다. ‘몰래카메라’ 컨셉으로 사람들이 에이즈 감염 환자와의 접촉 상황에서 느끼는 불쾌감, 당혹감 등 진짜 편견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들은 “‘키스’가 아닌 가벼운 볼 뽀뽀로 기획했지만 서양의 ‘Free Kiss’ 용어를 그대로 차용했다”며 “혼동의 여지가 있었다. 주의가 부족했던 점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키스를 고른 것은 ‘침’이라는 매개체 때문”이라며 “허그보다 편견을 보여주기에 좀 더 반응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성별 구분 없이 모델을 구했으나 이동거리, 페이, 뽀뽀 등 다양한 제안과 요구로 결국 여성 모델을 선정했다”며 “모델과 수위 조절, 캠페인 내용을 충분히 공유하고 합의해서 진행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예쁜’이라는 단어를 시각적으로 강조해 사용한 점에서 주의가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남자 모델과 함께했더라도 ‘잘생긴’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희의 짧은 생각들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추측과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게 되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A씨 등의 지도교수인 B씨도 이날 SNS를 통해 캠페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B교수는 “리얼한 연출과 진정성이 필요했기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의도를 알리지 않고 촬영 진행해 다소 오해가 있었다”며 “여성의 성 상품화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에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대한 내용이다. 예쁜 여성이 나오면 성을 상품화했다는 주장이 편견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상에서는 “의도는 순수할지라도 다수가 불쾌감을 느꼈고 다른 의도로 비춰져 논란이 야기됐다면, 변명이 아닌 사과와 수습이 필요하다” “대상화와 성 상품화를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강조’쯤으로만 여기는 것은 문제” 등 비판이 다시 제기됐다.

뉴스팀 new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