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미국시민도 못되고 쫓겨난 기구한 입양인들

MBC 다큐스페셜
MBC 다큐스페셜이 스스로를 노예라 일컫는 입양인들의 기구한 삶을 전한다. 입양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책무가 무엇인지도 함께 묻는다. 방송은 16일 오후 11시10분이다.

한인 입양인 아담 크랩서(한국 이름 신성혁 혹은 신송혁)의 추방재판이 지난 10월20일 열렸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은 그의 전과는 양부모의 지독한 학대로 인한 것이었다. 1979년 입양된 아담은 폭력에 시달리다 갑자기 파양됐고, 두 번째 집에서도 지옥같은 생활을 하다 내쫓겼다. 노숙자 생활을 하던 그는 입양 당시 갖고 있었던 성경, 고무신, 인형을 찾으려다 주택침입죄로 범죄자가 됐다. 20년 전 이 사건이 지금 아담을 다시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MBC 다큐스페셜은 16일 방송에서 입양되었으나 미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아온 한국 입양인들의 문제를 다룬다.
MBC 제공
2009년 11월, 찬바람 속에서 반바지 차림의 한 남자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 이름 한호규, 당시 38살이었다. 8살에 입양된 한씨는 두 번의 파양을 거듭하며 학대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 성인이 된 그는 트럭 운전을 하며 일상을 꾸려나갔다. 그러다 상관의 지시로 물건을 운반하던 트럭에서 마약이 발견됐다. 범죄자가 된 그는 추방 판결까지 받게 된다. 미국시민이 되기 위해 군대에 자원, 걸프전까지 다녀온 그에겐 잔인한 처사였다.

2000년부터 ‘아동시민권법’에 따라 미국으로 입양을 간 아이들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 법은 아담처럼 2000년 당시 만 18세 이상인 입양인들의 국적취득 여부까지는 책임지지 않는다. 한국 입양특례법은 입양기관은 입양 아동의 국적취득 여부를 확인해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양기관은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정부는 감시하지 않았다. 버려진 아이들을 그저 해외로 보내기에만 급급했던 시절, 행복한 가정에 입양되지 못하고 온전히 미국시민이 될 수 없었던 수많은 입양인들이 있다. 그들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