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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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기문 방북' 왜 받아들였나…'체제과시·외교성과' 포석

"인권결의 앞두고 이미지 개선" "북 태도 변화 차원서 봐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주 평양을 전격적으로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수용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의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내년 5월 열리는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외부 세계에 북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반 총장의 방북을 외교적 성과로 활용하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6일 "북한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체제가 폐쇄적이지 않고 안정적이다. 김 위원장이 실제 외부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풀려 한다'는 메시지와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이 대외관계에서 성과를 내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징성 크면서 외부의 주목받는 인물인 반 총장을 초청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 인권결의안 추진 등으로 유엔 외교무대에서 곤경에 처한 자신들의 입지를 반 총장의 방북을 통해 개선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아무래도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문제가 논의되니까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된다"면서 "이미지 개선 목적이 가장 큰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동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데 대해 "반 총장의 방북 기간에는 도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방북 기간 김 제1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것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지난번 이희호 여사 방북 때에도 만나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반 총장의 방북을 최근 북한의 태도가 다소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흐름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은 지난 8월 일촉즉발의 군사충돌 위기를 고위급 접촉을 통해 무사히 넘긴 이후 남측과 국제사회를 향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은 북한은 일각의 우려 섞인 관측과 달리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다.

중국을 의식한 것인지, 기술적 미비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남북 간에 모처럼 형성된 ‘대화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는 피해갔다.

북한은 또 10월17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외무성 성명을 내고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앞서 9월에도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체제로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의 6자회담 요구를 무작정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에 맞설 카드로 평화협정을 꺼내 들고 본격적인 외교행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용현 교수는 "(최근) 한반도 환경 자체가 군사긴장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핵 문제와 관련해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외부를 상대로 고강도 무력시위 등을 하지 않고 있으며 10.10 당 창건일 이후로 그런 부분을 조심스럽게 풀어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