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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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S 서거> 김기수 "각하와 백두산 가기로 했었는데…"

"각하와 백두산 가기로 했었는데…. 민주산악회와 전국 산을 다 돌았지만, 백두산을 못 갔다. 꼭 백두산 가자고 했는데…."

김기수 전 대통령 수행실장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가택 연금에서 풀려나 1981년 민주산악회를 창설하는 등 재야에서 기지개를 켜기 전부터 김 전 대통령의 곁에 있었다.

민주산악회 창설 2년 전인 1979년 무려 37년간 김 전 대통령을 지켜왔듯이 김 전 실장은 24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사흘째 묵묵히 지키며 추억을 곱씹었다.

고향이 이북인 김 전 실장에게 백두산의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대를 이어서라도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백두산에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깅 애호가'로 이름난 김 전 대통령과 새벽에 함께 뛰어야 하니 전날 포도주를 마시더라도 오전 4시 반에는 눈을 떴어야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울산으로 출장을 간 어떤 날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려 조깅을 하루만 쉬었으면 하는 언질을 해도 김 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결국 밥도 못 먹고 재래시장에 가서 옷을 사입었어. 이렇게 골탕 많이 먹이셨지. 근데 지금 보면 그게 체력을 단련시켜 준거야."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김 전 대통령은 흙이 많이 묻어 누리끼리해진 조깅화만 고집할 만큼 검소했다고 김 전 실장은 회상했다.

청와대에 생화를 심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때면 김 전 대통령은 달맞이꽃과 같이 수명이 긴 꽃을 심도록 주문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이 칼국수를 청와대 주메뉴로 삼은 덕분에 "몇 천억원까진 아니어도 몇천만원씩 아낄 수 있었다"고 김 전 실장은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김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하나 둘 꺼내 들었지만, 묻어나는 슬픔은 가려지지 않았다.

"눈물은 뭐 별로 쓸모가 (없어). 마음속으로 빗물이 흐르겠지. 나도 많이 속으로 울지 이제는. 그게 더 무서워. 병이 돼. 울고 싶을 땐 왕왕 울어야 해."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