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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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추락하는 수출엔 날개가 없다"

10개월 연속 브레이크 없이 뒤로 밀리는 수출에 대해 ‘세계 경제 성장의 기관차’였던 중국 특수에 편승해 호시절을 누렸지만, 정작 필요한 혁신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사업재편 등 경영 합리화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흥시장에서 선진국 대비 낮은 품질과 저가 제품을 수출하는 구도로는 이제 새로운 무역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은 내리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수출의 감소폭은 15.8%나 돼 2009년 8월 -20.8%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수출은 주력시장 대부분에서 줄어들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서 8.0%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일본 -25.6% ▲유럽연합(EU) -12.5% ▲아세안(ASEAN) 12.6% ▲중동 -25.4% ▲미국 -11.4% 등에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이 늘어난 지역은 해외 생산비중이 늘어난 베트남밖에 없었다. 이 마저 ▲7월 46.1% ▲8월 32.2% ▲9월 28.8% ▲10월 12.7%로 점점 증가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27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0년 이후 3%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 ▲중국 12.5% ▲독일 7.7% ▲일본 3.6%에 비해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 시장 점유율 1위 상품도 감소, 2009년 73개에서 2013년 65개로 떨어졌다. 중국 1538개, 독일 733개, 일본 186개와 큰 차이가 있다.

◆美 시장서 자동차부품 등을 놓고 일본차와 경합 치열해질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 엔저로 인한 일본 수출 애로 등에 비해 대미(對美) 수출은 사정이 그나마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수출 확대를 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되면 미국 시장에서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에서 일본차와 경합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상황이 예사롭지가 않다. 올해 1~10월 우리의 대중 수출액은 1145억6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대중 수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1996년)한 이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단 세차례. 국제통화기금(IMF) 직후 1998년(-12.0%), 정보기술(IT) 거품이 2001년(-1.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5.1%)뿐이다. 올해는 작년(-0.4%)에 이어 2년째 내리 감소세를 겪으면서 위기감은 한층 커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대중 수출 부진의 원인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5월 처음 언급한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로 중국 경제 성장 전략이 이동하고 있는 데서 찾는다. 중국은 '수출·투자 중심의 고속성장'에서 '내수와 신성장동력 개발 중심의 중속 성장'으로 성장 노정을 변경했고, 이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부진으로 직결됐다. 중국은 더이상 한국 수출기업의 '텃밭'이 아닌 셈이다.

◆中 더 이상 국내 수입기업의 ‘텃밭’ 아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 중국은 개방 확대 정책을 통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실력 행사에 나섰다. 중국이 최근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과 잇따라 통상 협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한·중 FTA를 전후해 개방 정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과거 칠레, 아세안,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 중심의 통상 전략을 추진해왔던 중국은 2013년 스위스, 지난해 한국과 호주 등으로 FTA 경제 영토를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또 올해 5월 16개 소비품의 수입관세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미국에 투자·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는 '중·미 투자보장협정(BIT)'도 타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점차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중국은 수출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수출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내수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선회함에 따라 경제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측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對) 유럽연합(EU)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대 EU 수출은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크게 감소했지만,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EU의 수출은 꾸준히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도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의 대 EU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지역 수출이 7.6%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훨씬 크다.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은 대부분 유럽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5대 주력 품목 중 ▲휴대전화(-53.9%) ▲석유제품(-47.7%) ▲자동차(-15.6%) 등의 수출이 급감했다.

선박(+14.6%) 수출이 다소 늘긴 했지만 2012년(-36.5%)과 2013년(-28.1%) 급감했던 것을 만회하기는 부족한 수준이다. 자동차부품(+7.7%)의 수출만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한·EU FTA 발효에도 불구하고, 대 EU 수출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012년(-11.4%)과 2013년(-1.0%) 2년 연속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5.7%) 반등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비재 시장에서 국내 제품 경쟁력 한계 여실히 드러내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로 우리 제품의 경쟁력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중 EU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0.8%로 전년(0.9%)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점유율 순위도 지난해 24위에서 올해 25위로 한계단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은 516억5800만 달러(2014년 기준)로 전체 수출의 약 11%를 차지한다. 전체 수출품 중 중간재 비율은 58%, 소비재 비율은 14% 수준이다. 최근의 수출 부진은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EU의 중간재 수입이 정체되고 있는 데다가 소비재 시장에서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EU는 FTA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EU의 대 한국 수출은 ▲2012년(+6.2%) ▲2013년(+11.6%) ▲2014년(+11.0%) 3년 연속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수출이 7.7% 줄긴 했지만 우리나라(-11.4%)보다는 수출 감소폭이 작다.

이에 따라 대 EU 무역수지 적자폭도 확대되고 있다. 2011년까지 흑자를 기록하던 무역수지는 FTA 체결 이후 적자로 전환돼 ▲2012년-10억 달러 ▲2013년 -74억 달러 ▲2014년 -107억 달러 등으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0월까지 8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레드오션’ 서유럽 아닌 ‘블루오션’ 동유럽으로 눈 돌려야

전문가들은 EU 수출 확대를 위해 상품의 고부가가치화와 틈새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서유럽 지역은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동유럽 지역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