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1차 실험 뒤 인증시험 끝난 것으로 인식
환경부가 이번 조사에서 폴크스바겐 구형 엔진 차량이 임의설정(defeat device)을 했다고 판단한 이유는 실내 인증시험의 횟수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의 작동에서 이상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장치가 정상 가동해 질소산화물(NOx)이 인증기준(0.18g/㎞) 이하인 0.137g/㎞가 나왔지만 두 번째부터는 장치의 작동이 줄어들면서 질소산화물이 0.183g/㎞ 내보내는 등 배출량이 증가했다. 다섯 번째 실험에서는 0.723g/㎞가 나와 배출량이 기준치의 네 배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차량 전자제어장치가 첫 회 실험이 끝나면 인증시험이 끝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인증시험만 통과하도록 제작사가 ‘눈속임’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폴크스바겐 차량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리콜 명령을 받고 결함이 시정된 차량은 관련 스티커를 부착하기로 했다는 조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
◆폴크스바겐, 차량 제작단가 낮추기 위해 임의설정
폴크스바겐사가 현행법상 금지된 임의설정을 시도한 동기에 대해서 환경부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첫째는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과다배출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과다배출을 완벽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차량 제작단가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폴크스바겐 측이 제조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가 또는 소형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사용하는 대신 조작을 통해 ‘인증시험’만 통과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이전에 질소산화물 배출 인증기준이 0.18/㎞였던 것이 이후에는 0.18/㎞로 두 배 이상 강화된 바 있다.
◆임의설정 과징금 10억원→100억원 상향 방침
환경부가 폴크스바겐이 임의설정을 통해 차량의 배출가스장치를 조작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폴크스바겐사는 문제가 된 차량 12만5522대를 리콜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저감장치를 어떻게 개선하고, 이에 따라 차량의 연비가 얼마나 떨어질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리콜계획서를 내년 1월6일까지 환경부로 제출해야 한다. 고객들이 구입한 차량에 대한 리콜조치는 리콜계획서 제출 이후에야 이뤄질 계획이다. 환경부는 리콜을 마친 차량에 대해서 홀로그램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요구했고, 폴크스바겐사는 스티커 부착을 실시하겠다고 대답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강제로 리콜을 받도록 하는 규정은 세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강제리콜은 할 수 없지만 모든 역량을 동원해 리콜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 관계자는 민사소송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에 대한 사기죄 고발에 대해서도 “법률공단에 자문을 구한 결과 법인은 사기죄가 성립이 안 된다”며 고발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환경부는 도로 주행 시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완비되지 않은 문제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고 보고, 관련 기준을 내년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임의설정이 적발된 차량의 과징금 부과 상한액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고,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임의설정을 한 자동차 제작사를 사법처리하는 처벌 규정(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