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40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앞. 조계사에 은신 중인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직접 나와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시각이 40분 가까이 지났지만 한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원래 예정된 장소가 아닌 조계사 인근 불교여성개발원 교육관 앞에서 민주노총 간부들이 한 위원장이 작성한 발표문을 대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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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민주노총 간부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위원장의 현 상황과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담긴 발표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찰의 압박이 심해 한 위원장의 참석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조계사 측에서 불상사를 우려해 경내에서 벗어나서 기자회견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조계종 화쟁위원회 측과 공식 면담을 가진 뒤 여유롭게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냈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이 예정된 관음전 근처에는 무전장비 등을 착용한 경찰 1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집회의 불법·폭력성을 규탄하는 언급을 한 뒤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조계사 경내에 긴장감이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 법무부 등의 한 위원장을 겨냥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조계사 강제 진입을 고려치 않았던 경찰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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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기거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이제원기자 |
이런 분위기 속에 경찰은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이전보다 조금 늘어난 80여명이 조를 이뤄 조계사에 투입돼 교대근무를 통해 24시간 작전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며, 조계사 강제 진입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