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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 현장 |
프랑스만큼 해마다 포도 농사가 들쭉날쭉한 곳도 없다. 그래서 같은 생산자의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와인의 품질도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최고급 샴페인 돔 페리뇽의 경우 이상기온으로 포도작황이 좋지 않을 때는 아예 그해의 빈티지를 만들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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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 현장 |
특히 2012년은 이전 3년 동안의 작황에 비해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보르도 경영대학 (BEM, Bordeaux Management School)의 홍석진 교수가 프랑스 농림부의 그해 8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프랑스의 와인 생산은 예전에 못 미치는 4410만 헥토리터로 예상됐다. 이는 2011년(5100만 헥토리터) 대비 13%, 과거 5년 평균 대비 5%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해 10월 26일 포도생산자 협동조합(La Confederation des cooperatives vinicoles de France, CCVF)에서 포도 수확 후 발표한 결과 이보다 훨씬 심각한 4060만헥토리터로 전년 대비 20%, 과거 5년 평균 대비 13%나 급감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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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베이슈벨 |
홍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처럼 프랑스 포도 수확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기상 변화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 프랑스의 봄은 따뜻하고 건조해서 수확이 일찍 이뤄졌다. 하지만 2012년에는 봄의 찬 공기와 습기로 개화시기가 늦어 졌다고 한다. 또 여름에 많은 비와 우박 등으로 기후가 매우 나빴고 오이듐균 (oidium), 노균병 (mildiou)의 발병에 따른 포도송이의 결실불량(millerandage)까지 겹치는 바람에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샹퍄뉴가 가장 타격이 컸다. 4, 5월 추운 날씨로 2900헥타르, 6∼7월 뇌우로 1000 헥타르의 손실을 봐 전년 대비 약 40%가 감소한 180만헥토리터 생산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1991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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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앙글뤼데 |
그렇다면 이런 최악의 기후속에서 만들어진 보르도 그랑크뤼 2012년의 품질은 과연 어떨까. 그 궁금증을 풀어줄 ‘2015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25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서 열렸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이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와인 관계자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절대 놓칠 수 없는 행사다. 보르도 최고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12년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총 87개의 샤또가 참가해 2012년 빈티지 와인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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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깡뜨낙 브라운 |
1973년 설립된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은 지롱드 강의 가장 뛰어난 13개 아뺄라씨옹(원산지 통제 명칭, AOC)에 넓게 분포된 134개 크뤼(샤또) 회원들의 연합이다. 그라브, 뻬삭 레오냥, 쌩떼밀리옹, 뽀므롤, 물리스, 리스트락, 메독, 오메독, 마르고, 쌩쥘리엥, 뽀이약, 쌩떼스테프, 쏘떼른과 바르싹 지역의 최고 샤또들로 구성돼있다. 보르도 그랑 크뤼의 뛰어난 품질과 명성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시음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보르도에서 샤또 대표들이 대거 방한해 국내 와인 업계 관계자와의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축제같은 행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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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라뚜르 피작 관계자 |
과거 그랑크뤼 와인은 빈티지에서 최소한 5년이나 10년이상은 되어야 시음 적기에 도달할 정도로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한 와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기자가 매년 이 행사에 참가해 테이스팅해 본결과 시음 적기 시기는 점점 짧아지는 것이 보르도 그랑크뤼의 특징으로 보인다. 출시된 뒤 바로 마셔도 큰 손색이 없는 와인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트랜드라는 얘기다. 그랑크뤼 2012 빈티지도 이런 와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구입해서 바로 마시는 소비자들의 경향을 그랑크뤼 샤또들이 적극적으로 양조방식에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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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라 꺄반느 관계자 |
이날 시음회에 참가한 와인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의 역경속에 빚어진 2012 빈티지에 대해서도 “역시 그랑크뤼”라는 평가를 내렸다. 포도 작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라는 반응이다. 어떻게 그런 악조건 속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날 방한한 마고지역의 그랑크뤼 3등급 샤또 깡뜨낙 브라운(Chateau Cantenac Brown)의 와인메이커 호제 상팡(Jose Sanfins)씨는 “ 이상 기후로 작황이 않좋을 수록 사람의 속길이 더 가게 된다. 수확량이 적지만 더 응축된 포도가 탄생하게 되고 기후의 악조건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와인 메이커가 더 정성을 기울여 와인을 양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날씨보다 오히려 악조건에서 최고의 와인이 탄생한다는 와인업계의 격언은 거짓이 아닌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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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르 봉 빠르떼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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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보몽 |
이날 시음회에서는 쌩줄리엥의 4등급 샤또 베이슈벨(Chateau Beychevelle)이 가장 큰 호평을 받았다. 카베르네 쇼비뇽 48%, 메를로 43%, 카베르네 프랑 6%, 쁘띠 베르도 3%로 블렌딩된다.앙리3세때 베이슈벨은 프랑스 해군 사령관 장 루이 노가레 드 라 발레뜨의 영지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권력이 엄청났던 인물로 그의 샤또 앞을 지나는 선박들은 충성의 표시로 돛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레이블에 그려진 돛을 반쯤 내린 선박은 바로 이같은 일화가 담겨있다. 또 사또의 상징을 독수리 모양의 뱃머리를 가진 선박으로 표현했는데 그리이스 신화에서 와인의 수호신인 디오니소스 주신을 나타낸다. 또 17세기에 처음 건설된 베이슈벨 샤또 저택은 ‘메독의 작은 베르사이유궁’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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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로장 가씨에 관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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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브란 깡드낙 관계자 |
샤또 앙글뤼데(Chateau Angludet)도 주목을 받았다. 카베르네 쇼비뇽 55%, 메를로 35%, 쁘띠 베르도 10%를 블렌딩했다. 6세대째 보르도 와인 네고시앙인 시쉘 가문이 소유하고 있으며 메독의 가장 오래된 곳중 하나다. 1150년부터 ‘높은 땅의 모퉁이’라는 뜻의 앙글뤼데 이름을 사용했고 1758년부터 초기의 포도밭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1961년에 피터 시쉘과 아내 다이아나 시쉘이 소유주가 되면서 새로운 개조와 개혁을 통해 앙글뤼데가 마고의 고급와인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1989년부터 피터의 아들인 벤자민 시쉘이 샤또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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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라스꽁브 관계자 |
샤또 깡뜨낙 브라운은 카베르네 쇼비뇽 65%, 메를로 30%, 카베르네 프랑 5%다. 15개월의 숙성을 거치며 새오통을 60% 사용한다. 토양과 포도나무의 환경을 극히 존중하고 때루아의 가치를 돋보도이게 한다는 양조 철학으로 와인을 빚어낸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