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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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호들의 차산업 진출… 자동차 생태계 급변

자율주행 등 기술 경쟁 치열… 기존업계 “인간의 보조 역할”… 구글 “무인운행 시대 열 것”… 궁극적 지향점 뚜렷이 달라
자동차와 전자기술이 융합하면서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급변 중이다. 신생 벤처 테슬라모터스와 구글이나 애플 등 정보기술(IT) 강호의 자동차산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강 자동차 대국 일본은 심각하게 이를 바라본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지만 이 같은 지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30일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차세대 자동차 혁신 트렌드와 일본 산업의 대응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자동차산업이 이전 전자산업의 몰락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일본 전자산업은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으나 이후 장기불황을 맞아 IT 혁명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한순간에 시장 주도권을 상실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융합되는 미래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IT 열풍이 거세게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치면서 ‘자율주행’ 기능이 파괴적 혁신으로 기존 자동차업계에 최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물론이고 각 자동차업계가 모두 기술 연구·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나 최종 지향점은 다르다.

기존 자동차업계는 대체로 인간 약점을 로봇 기술로 보완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과 로봇의 협력 모델을 지향하는데, 로봇 기술은 어디까지나 안전주행을 지원하는 보조자 역할에 국한한다. 비행기 자동운전 기능처럼 긴급사태 발생 시에는 인간 조종을 기본으로 한다. 최근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 테슬라도 이 부분에선 기존 자동차업계와 같은 입장이다. 

반면 구글은 궁극적인 목표를 ‘자동운전’에 두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무인 운행이 일반화된 지하철처럼 도시 운송체계에서 개인 차량도 무인 운행을 기본 시스템으로 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 도로 교통흐름은 구글이 자랑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통제·관리하는 만큼 교통사고는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자동운행 차량의 기본 개념을 소유가 아니라 이용으로 바꾸는 수송체계 혁신을 통해 도시구조를 바꾸고, 이 과정에서 구글의 영향력과 비즈니스 영역을 더 확대하겠다는 게 목표다.

애플은 자동차업계 진출을 공언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아무래도 아이폰 강점인 개인 휴대성과 콘텐츠 생태계, 디자인 등을 활용해 텔레매틱스 시장 선점에 주력하면서 자동차 분야로도 운영체제인 iOS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