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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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병 포상휴가에 불만…잠 안재운 선임병 '집행유예'

후임병의 포상휴가에 불만을 품고 휴가 전날밤 1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선임병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위력행사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모(2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또 2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급과 서열이 존재하는 군대조직 내에서 선임병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저항이 어려운 후임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며 "병사들의 사기 저하와 부대원 사이의 단결력 저하를 불러 군 전력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씨는 평소 후임병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며 코를 곤다는 이유로 베개나 슬리퍼를 여러차례 던지거나 업무 중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던 A씨가 최씨의 허락이 있기 전 임의로 자리를 떠나 침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화 내용 등에 비춰 지도·교육의 목적으로 밤늦게 1시간 동안 앉혀 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위력을 행사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준 '가혹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최씨가 일부러 신체 주요부위를 노리고 친 것 같다는 동료 병사들의 증언에 비춰 손으로 1회 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추행으로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명하는 태도를 보이며 진정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나이가 어리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으며 소속 부대에서 영창의 징계를 받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역한 최씨는 2013년 7월 후임병 A씨가 포상휴가를 받자 전날 밤 자신의 옆에 와 앉으라고 한 후 1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게 해 위력에 의한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는 자신보다 후임병인 A씨가 먼저 포상휴가를 가게 되면서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는 데 불만을 품고 취침시간에 옆으로 부른 후 "잘 생각 하지 마라. 복귀하면 휴가 기간에 대신 차량을 운행한 ㎞당 1대씩 때리겠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3년 7~8월께 점호시간에 차렷 자세로 대기 중인 A씨에게 다가가 손으로 신체 주요부위를 친 혐의도 받았다.

최씨는 "위력으로 잠을 자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면서 "허벅지를 가볍게 치려고 했는데 A씨가 피하려다가 손등이 신체 주요부위에 빗맞은 것으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국가에 대한 봉사를 위해 군에 입대한 청년이 상급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사기 저하로 이어져 군의 치명적 약점이 될 것"이라며 "반성하기보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