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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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터널속 기업들 신용등급 잇단 하락

올들어 58곳… 작년보다 11개 증가
“환란 당시 수준까지 늘 것” 전망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 한 해 신용등급 강등 기업 수가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7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부도 포함)은 지난달 말 현재 58개다. 이는 지난해 47개보다 11개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3곳은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반면 올해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8곳에 불과했다. 연말까지 등급 조정이 이뤄지면 올해 신용등급 강등 기업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63개에 육박하거나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기업평가는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9개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종의 추락은 추진하던 해외 프로젝트들이 무산되거나 현지 사정으로 지연되고, 일부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어 조선업종과 캐피털 등 기타금융 업종이 각각 5개사였다. 또 정유·기계·해운(각 3개), 항공·유통(각 2개) 업종의 기업들도 신용도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기업 신용도가 전 산업에 걸쳐 악화하고 있는 것은 국내외 경기 침체로 좀처럼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현금흐름도 부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당국의 구조조정 강화로 부실한 재무구조가 드러나고 있는 것도 평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신용이 떨어진 기업들은 회사채 발생을 통한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져 어려움은 가중된다.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거래량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6조1128억원으로, 2008년 11월(4조4028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송태준 한기평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중국 등 세계 경기 부진 여파로 국내 산업 전반에서 신용등급이 악화하거나 재무부담이 커지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영향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