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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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카드 긁을 땐 영수증 꼭 챙기세요"

해외여행 늘면서 신용카드 분쟁 속출
얼마 전 가족과 함께 헝가리로 해외여행을 떠났던 A씨는 현지에서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경찰이라고 밝힌 두 남성이 마약 소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소지품 검사를 요구했다. A씨는 의심 없이 소지품을 보여줬고, 경찰은 신용카드까지 요구하며 비밀번호를 물었다. 이에 당황한 A씨는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이들은 A씨의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후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이처럼 해외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이 늘면서 외국에서 신용카드와 관련된 피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술집이나 택시 등 이용 시 바가지 요금을 무는가 하면 카드를 도난당하는 사고가 빈번하다. 하지만 해외에서 카드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낯선 사람의 접근 조심해야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 신용카드 관련 분쟁은 올 들어 72건으로 지난해 58건, 2013년 29건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분쟁 증가는 내국인의 해외 여행 증가와 비례한다. 지난 3분기 기준 해외 출국자 수는 502만명으로 전년 동기 432만명에 비해 16.2%나 늘었고, 외국에서 사용한 카드 대금은 33억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다.

금감원은 외국에서 신용카드와 관련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낯선 현지인 등이 접근할 때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B씨는 해외여행 도중 유명 관광지에서 한 50대 남성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해 사진 7∼8장을 찍어줬다. 그런데 숙소에 돌아와 보니 신용카드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알았다. B씨가 사진을 찍어주는 데 정신이 팔린 사이 신용카드를 도난당한 것이다.

C씨는 해외에서 자동화기기(ATM)로 현금을 인출하는 순간 현지 남성 2명이 갑자기 이야기를 걸어왔다. C씨가 입력한 비밀번호를 미리 훔쳐본 이들은 얘기 도중 C씨의 카드를 훔쳐 달아나 인근 ATM에서 현금을 빼내 사라졌다. 금감원은 신용카드 등을 도난당할 경우 즉시 신용카드사 콜센터에 연락해 사용정지 신청을 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바가지요금 어디서나 주의해야

동남아시아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 D씨는 여행지에서 호객꾼을 따라 한 술집에 들어갔다가 바가지요금을 강요당했다. 술값이 비싸다고 항변했지만 건장한 청년들이 에워싸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제해야 했다.

E씨는 신혼여행을 위해 해외 호텔예약 사이트에서 호텔 요금을 결제하고 해당 호텔에 방문해 체크인할 때 보증금을 카드로 결제했다. 호텔 체크아웃 시 보증금 취소 영수증을 요구했지만, 호텔 직원이 영수증은 없고 자동으로 취소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귀국 후 보증금 결제금액이 그대로 청구됐다. 또 다른 해외여행객은 신용카드로 택시요금을 결제했는데, 귀국 후 택시요금으로 130만원이 청구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여행객들이 이처럼 해외여행 시 강압적인 상황에서 바가지요금을 결제하거나,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경우 사실상 국내에서 피해 보상을 받기 힘들다. 해외 호텔 이용 시 보증금 결제 취소와 관련해 분쟁이 일어나는 일을 막으려면 반드시 보증금 결제 취소 영수증을 확인해야 한다. 택시요금 등도 해외 브랜드사에서는 요금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전표와 같은 서류상 오류 여부 위주로 심사하기에 보상받기는 어렵다. 이에 여행객이 택시 미터기의 요금을 직접 확인하고, 카드 결제 시 영수증을 받아 정확히 발급됐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 신용카드 콜센터 번호를 미리 숙지하고, 카드 사용에 대한 문자메시지 결제 알림 서비스를 신청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