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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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항공株, 저유가 수혜주 옛말?

경쟁심화·원화약세 등…"저유가 수혜 못 누려"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주로 꼽히는 항공주가 최근 유가 하락세 속에서 탄력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 운영비의 35% 이상이 유류비라는 점에서 낮은 유가는 항공업황을 띄우는 원동력이 됐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화 약세, 저가 항공사의 성장 등은 항공주의 수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 내년 1월 인도분 WTI 유가는 4거래일 연속 내려 지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인 배럴당 37.16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실패와 달러의 강세 등 리스크 요인의 출현으로 국제유가가 20달러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저유가 국면에서 강한 탄력을 받던 과거와 달리 다시 한 번 찾아온 저유가 충격에서 항공주는 좀처럼 힘 있는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의 주가는 2만8350원,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4540원을 기록해 전 거래일 대비 각각 4.23%(1150원), 4.73%(205원) 올랐다.

이는 약세를 보였던 전날과 비교하면 큰 폭의 반등세지만 3개월 이후 주가의 흐름을 살펴보면 항공주는 최근 유가에 정비례하는 모습을 보이며 뚜렷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실제로 3개월 전에 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낙폭은 각각 -12.77%, -9.20%으로 같은 기간 WTI의 낙폭(19.08%) 그래프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항공주가 저유가 상황에서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4분기 화물부문의 성수기 효과 부진을 지목했다.

실제로 항공주는 항공기 도입과 유류 구입을 위해 외화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환율의 상승은 이자 비용을 포함해 항공사의 외화환산손실 규모를 확대한다.

또 인천공항의 11월 항공운송지표를 보면 국제선 화물운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한 22만8000톤을 기록해 4분기 항공물류 성수기의 수혜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주인 항공주의 이익 개선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 점, 항공기 여객·물류의 공급이 확대되고 있는 것 역시 항공주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의 하락세가 한동안 지속됐지만 국내 항공주가 유가 하락 상황에서 이룬 이익 개선폭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그 원인은 경쟁의 심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 연구원은 이어 "최근 대형 항공사들은 꾸준하게 기체를 늘려왔는데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 항공사(LCC)도 시장에 참여해하면서 여객과 물류운송의 공급 증가속도가 매우 빨라지게 됐다"며 초과공급과 경쟁심화가 국내 항공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