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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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정부 대책 뜯어보니

임산부 진료비 2018년부터 전액 무료… 빠른 출산에 초점
정부가 10일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은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젊은이들의 출산 기피 현상을 타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결혼 적령기 남녀가 결혼을 늦추는 ‘만혼(晩婚)’ 추세에 제동을 거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만혼 문제만 해결해도 지난해 기준 출산율이 1.21명에서 1.58명으로 느는 등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젊은이들의 취업과 집 장만 지원,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지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강화 등을 통해 예비 부부가 빨리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울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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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진료, 2018년부터 무료로

임신, 출산과 관련해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진료·검사비의 본인 부담이 점진적으로 줄어 2018년부터는 사실상 국가가 전액 책임지게 된다. 2017년부터 임산부의 급여항목 본인 의료비 부담비율이 현행 20~30% 수준에서 5%로 낮춰지고, 2018년부터는 본인 부담비를 50만원 상당의 ‘국민행복카드’로 지불할 수 있게 돼 사실상 본인 의료비 부담이 없어진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초음파 검사와 병원 1인실 이용, 제왕절개 수술 시 무통주사 등 산모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항목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임산부의 비급여 부담을 절반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제4기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선 출산율을 인구대체 수준인 2.1명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 더욱 비상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난임부부를 위해 2017년부터 난임 시술에 드는 모든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2018년 ‘난임전문상담센터’도 설치한다. 아울러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난임 근로자가 연가를 소진해도 인공수정이나 체외시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3일간의 휴가를 쓸 수 있는 ‘난임휴가제’를 2017년 도입키로 했다. 해당 사업주는 난임휴가 신청을 거부하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한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임신·출산을 하면 학업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휴학제도’가 내년부터 도입된다. 

◆남성육아휴직, 2020년까지 15%로


정부는 내년부터 임산부가 병원에서 출산할 때 수집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를 연계해 출산근로자가 출산휴가를 사용하는지, 기업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 중 부당하게 해고하지 않는지를 수시로 적발해 처벌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육아휴직이 끝난 뒤 6개월 동안 고용이 유지된 비율이 2013년도 기준 65%에 그쳤다. 특히 1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여성은 절반 이상이 육아휴직이 끝나면 직장을 떠났다. 또 300인 이상 근무하는 기업에서는 출산휴가를 쓴 사람 중 육아휴직을 하는 여성이 91.3%에 달했지만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남성육아휴직자 비율을 2020년까지 15%로 높이는 계획을 세우고 ‘아빠의 달’ 인센티브 지급 기간을 내년부터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릴 계획이다. 아빠의 달은 한 자녀에 대해 엄마가 먼저 육아휴직을 하고 다음에 아빠가 육아휴직할 때 첫 달의 휴직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150만원)를 지급하는 제도다. 평상시 육아휴직 급여는 상한액(월 100만원) 내에서 통상임금의 40%만 지급한다. 만약 아빠가 먼저 휴직하고 다음에 엄마가 육아휴직을 해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중소기업은 소속 근로자에게 첫 육아휴직을 허용하면 ‘육아휴직 지원금’으로 1년간 월 40만원씩(현재 월 20만원)을 지원받고, 남성이나 비정규직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해주면 월 30만원을 받게 된다.

◆실효성은 글쎄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공청회 이전에 나왔던 시안이나 1, 2차 기본계획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엄청난 금액이 투입되는데 이를 청년들의 안정된 직장과 소득 보장, 고용 안정화에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시대 추세에 맞게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성을 제고한다면서 저출산의 주요 원인을 ‘만혼 및 비혼’으로 보고 대책을 수립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