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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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4일 만에 집행된 '한상균 체포영장'

조계사서 나와 자진출두… 공권력 낭비 등 후유증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스스로 조계사에서 걸어 나왔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한 지 24일 만이다.

조계종의 중재로 조계사와 경찰이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수배 중인 한 위원장이 종교 시설을 도피처로 악용한 행태는 공권력이 낭비되는 등의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수배 상태에서 조계사로 도피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조계사에서 걸어나온 뒤 경찰에 체포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경찰은 즉각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남대문경찰서로 이송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11일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그간 조계사에 머무르며 경찰에 “자진 출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하고 있는 데 대해 불교 신도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9일 경찰이 조계사 내부로 진입해 충돌이 빚어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10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관음전를 나와 경찰에 긴급 체포되기 앞서 대웅전에 삼배를 하기 위해 도법스님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남제현기자
한 위원장은 전날 오후 4시쯤 경찰과 조계사 신도들이 충돌한 시점에 조계사에서 나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일감 스님은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경내 소란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한 위원장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 위원장의 자진 출두 의사를 확인받은 도법 스님은 이후 구체적인 방식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24분쯤 자신이 머무르고 있던 도심포교100주년기념관을 나와 대웅전에서 삼배를 한 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면담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경비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 취재진 등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남제현 기자
조계사를 나서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한 위원장은 “25일간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 준 조계종과 조계사 스님, 신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민주노총은 노동 개악을 막기 위해 2000만 노동자의 생존을 걸고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구속을 피하지 않겠다”며 정부의 노동법 개정을 비판하는 등 민주노총이 강경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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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은 기자회견 뒤 조계사의 대문인 일주문을 빠져나가자 마자 경찰에 체포돼 수갑이 채워진 채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됐다. 이날 조계사 주변에는 전날보다 2배 많은 경찰 25개 중대 약 2000명이 배치돼 한 위원장의 호송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9일 1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한 위원장의 체포작전에 나섰으나, 자승 스님이 중재에 나선 뒤, 10일 정오까지 체포영장 집행을 연기했다.

박진영·이창수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