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멀어진 ‘우생순’… 女핸드볼 또 8강 좌절

2015 세계선수권대회서도 고비 못넘게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아 옛날이여.’

‘우생순 신화’를 창조했던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또 16강에서 또 멈춰섰다. 2011년 브라질, 2013년 세르비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도 16강 길목에서 넘어졌던 한국은 이번에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우생순’ 드라마를 썼던 임영철(사진) 감독이 이끄는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덴마크 콜링의 시드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제22회 여자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러시아에 25-30으로 패했다. 세계랭킹 2위이자 이번 대회 최대의 ‘죽음의 조‘라 꼽혔던 D조에서 5전 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오른 러시아를 상대로 한국은 전반 초반 대등한 경기력을 펼쳐보이며 13-16으로 뒤진 채 마쳤다.

그러나 후반 들어 경기 내내 괴롭혔던 심판 판정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내려지면서 후반 16분쯤엔 16-26으로 크게 밀렸다. 이후 레프트윙 이은비의 분전을 앞세워 후반 27분쯤 24-28까지 추격했지만, 이미 시간은 한국의 편이 아니었다. 이은비는 속공 5개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는 등 양팀 통틀어 최다인 7골로 맹활약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힘에서 밀린 게 아쉽다”고 입을 뗀 임 감독은 “러시아의 오버스텝은 거의 불리지 않고, 우리 선수들의 돌파는 번번이 오펜스 파울이 불렸다. 2분간 퇴장도 러시아는 단 두 번에 불과했던 반면 우리는 7번이나 불렸다. 14분을 선수 하나 없이 했으니 이기기 쉽지 않았다”며 편파 판정에 대해 목소리를 드높였다.

‘임영철호’의 세계선수권대회 도전은 16강에서 멈춰 섰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제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며 무뎌진 칼날을 다시 벼릴 때다. 이번 대회는 내년 리우 올림픽을 위한 모의고사였을 뿐 올림픽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도전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임 감독은 “12명의 선수를 고루 기용했지만, 백업 선수들이 들어갔을 때 경기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면서 “훈련할 때도 주전과 백업의 기량차가 적어야 좀 더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다소 아쉬웠던 공격력은 수술 및 재활로 불참한 ‘국가대표 에이스’ 센터백 김온아의 복귀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임 감독의 생각이다. 이날 센터백을 소화한 권한나와 정지해의 활약이 아쉬웠다. 권한나는 단 2골, 정지해는 5골을 넣긴 했으나 그중 4골이 7미터 드로우였다. 1대1 돌파나 공격 조율에서 김온아의 공백이 느껴졌다. 임 감독은 “확실히 (김)온아가 있으면 공격 작업이 더욱 활발해진다. 1대1 돌파나 수비를 끌어들여 빈 자리에 빼주는 공격 조율 능력 등 공격력이 60~70%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김온아 외에도 그의 동생인 김선화, 피봇 원선필 등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가세하면 충분히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미라와 주희가 지킨 골문도 아쉬움을 남겼다. 박미라와 주희가 조별예선서 조금 더 분발해줬더라면, 조 4위가 아닌 더 높은 순위로 16강에 진출해 더 수월한 상대를 만날 수 있었다. 박미라는 러시아전에서는 속공을 8개 중 4개나 막아내는 등 31%(13/42)의 선방률로 맹활약했지만 꾸준한 경기력이 절실한 상태다.

콜링(덴마크)=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