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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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들 잇따라 금리 올려…美 금리인상에 대비

미국의 9년반 만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흥국들이 예방적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달 20일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연 6.25%로 결정한 것은 환율 방어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남아공의 랜드화는 지난 11일 달러당 6랜드에 거래돼 역대 최저가로 떨어졌다. 랜드화의 추락은 주요 수출품인 광물 자원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국가 경제가 침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 국가인 잠비아와 가나, 모잠비크도 11월에 잇따라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케냐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남미의 페루는 이달 10일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높은 3.7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남미의 콜롬비아도 오는 18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신흥국들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가속화되면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잉ㄹ 것이라는 경계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 대열에 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자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투자자들은 신흥국의 주식과 통화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 금리 인상의 배경이다. 하지만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자국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신흥국들의 고민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산출하는 신흥국 통화 지수는 올해 들어 2%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신흥국과 경제의 관계가 깊은 중국의 경기 둔화에다 환율마저 흔들리면서 신흥국의 달러 표시 채권 수익률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신흥국 금리 인상 폭은 남아공이 2.5%, 국내 경기의 악화와 정국의 불확실성이 강한 브라질이 2.75% 전후다. 시장에서는 멕시코도 1% 정도의 금리 인상을 내다보고 있다.

영국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국 담당분석가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거액의 외화 조달이 필요한 국가와 달러화 부채 수준이 높은 나라는 더욱 불안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달러 강세는 유가 약세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산유국은 유가 약세 때문에 금융 정책에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자국 통화를 달러에 페그(고정)한 걸프 산유국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 긴축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외환 선물 시장에서는 페그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사우디 리얄 등에 대한 매도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