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표현은 아주 저속하고 합당하지 않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 직권상정은 국회의원의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 발언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민들에게 굉장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국가의전서열 2위’ 정 의장은 이날 청와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를 일축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지난 7월말 “정의화 사전에는 ‘단독’이라는 단어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공언한 뒤 추경안과 ‘박기춘 체포동의안’ 처리 등에서 꾸준히 보여온 그의 ‘소신 행보’는 이번에도 재연됐다. 원칙을 중시하는 정 의장의 뚝심은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채’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출신인 그는 지난해 5월 국회의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비박계 후보로 나서 친박계 황우여 의원을 크게 이겼다. 정 의장은 대통령 지원을 받지 않고 의장이 된 역대 두 번째 사례라는 자부심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임기 내내 청와대와의 대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유승민 사퇴 파동’ 때도 박 대통령과 여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공교롭게 그 직후 열린 박 대통령의 외국 국회의장 청와대 초청 행사에 정 의장은 초대받지 못했다.
|
박근혜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경제관련장관회의를 하기위해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날 간담회에서도 정 의장은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한다’는 태도를 보여줬다. 그는 “경제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걸로 호도되는 부분을 불식하고자 (간담회를)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친정’ 주장을 꼬집은 것이다. 여당 원내지도부가 의원총회에서 채택한 ‘직권상정 요구 결의문’을 들고 집무실로 찾아오자 정 의장은 밖에서 들릴 정도의 고성으로 제지하며 5분만에 박차고 나섰다. 그는 “선진화법에 찬성해놓고 왜 이러느냐”며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간담회에서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당할 수 있다”며 여야가 동의할 수 있는 선거구획정안의 직권상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의할 수 있는 안’과 관련해서는 “(현행 선거법이) 선거구에서 시·군·구를 보호하는 내용으로 돼있는데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치구 시·군 분할금지 원칙인 현행 선거법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특히 만 19세인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데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도 쟁점법안 처리를 조건으로 선거연령 하향 의사를 밝혔다. 내년 기준 만 18세 인구는 63만184명으로 추계된다. 공론화와 함께 만 18세의 내년 총선 투표 참여 여부가 주목된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