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침내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2008년 12월 이후 연 0∼0.25%로 동결했던 기준금리를 0.25∼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위원 10명의 만장일치였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06년 6월 이후 9년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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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7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
이로써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7년간의 미국 제로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연준은 내년에 몇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두 번째 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 3월이 유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은 미국 경기 회복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연준은 FOMC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 고용여건이 상당히 개선됐고, 물가가 중기 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밑바닥의 경제 체질이 꽤 양호하고, 이번 금리 인상은 자신감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내년에 3∼4회에 걸쳐 금리를 0.75∼1.00%포인트가량 인상하고, 2017년 말과 2018년 말에 각각 최대 2.50%, 3.50% 안팎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예측했다. 연준은 2008년 말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는 금리를 4∼5%대로 유지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자신감에는 회의적 시각도 적잖다. 세계 경기가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만 마냥 나홀로 좋을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은행 한 금융통화위원은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세계 경기가 나쁜데 나홀로 경기가 계속 좋을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일본이 여전히 양적완화로 돈을 풀고 중국도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정반대의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역설적 상황에서 미국이 나홀로 금리 인상을 지속했다가는 수출이 어려워지는 ‘달러 강세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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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안을 발표하자 일리노이주 시카고 선물거래소 장내에서 트레이더들이 바쁘게 주문을 하고 있다. 시카고=EPA연합뉴스 |
이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작을 가능성이 있다. 옐런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추가 인상을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이 자국 내 사정만 볼 수 없을 것이고, 여러 상황을 보면서 신흥국이나 여타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시장엔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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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 전략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인사말을 하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우리는 원유·원자재 수출국이 아니며 경상수지 흑자, 외환 보유액 등 대외건전성뿐 아니라 재정건전성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다”며 “여타 신흥국과 차별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날 불확실성 해소로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한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0.43% 오른 1977.9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67% 상승한 658.11로 장을 마쳤다.
류순열 선임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