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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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들 "자본 유출 막아라" 금리 인상 도미노

중동 산유국 등 잇따라 가세 유가 연일 급락… 유동성 압박...철광석 등 원자재값도 약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들의 ‘자본 이탈 막기’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금리 인상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하루 만인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도 기준금리를 연준 인상 폭과 같은 0.25%포인트씩 올렸다. 이는 쿠웨이트를 제외한 3개국은 달러 연동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채택하고 있어 달러와 자국 환율이 그대로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나흘 만에 약세 전환한 18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쿠웨이트는 2007년 페그제를 포기했으나 국제 통화바스켓(기준환율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외국 통화들)에 달러화 비중이 가장 크다. 남미 산유국인 멕시코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상향조정했다.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은 수일 내 금리 인상 대열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및 유럽 국가들도 금리를 조정하며 자본이탈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홍콩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고 동유럽 조지아는 이날 기준금리를 7.5%에서 8.0%로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산유국으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통상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야기해 유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57센트 하락한 배럴당 34.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2004년 이후 최저가인 배럴당 37.19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가뜩이나 저유가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이들 나라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금과 철광석 등 다른 실물자산 가격도 하락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2.5% 하락한 온스당 1049.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09년 10월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이다. 철광석 가격 전망은 더 어둡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철광석 가격이 내년에는 1t당 평균 38달러, 2017∼2018년에는 35달러까지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는 중국의 철강산업이 더 악화하면서 문을 닫는 광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