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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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 인상? 시험대 선 이주열

美와 금리차 커지면 외국인자금 썰물
한은 통화정책 긴축·완화 사이 고민
미국이 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이 총재의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기준금리의 향방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와 지난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으로 내수가 장기간 침체에 빠지자 한은은 지난해와 올해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5%까지 1%포인트 끌어내렸다. 미국이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수를 살리려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가야 하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하면서 완화 기조 유지가 쉽지 않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자본유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주요국가의 통화정책이 긴축 대 완화로 나뉘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대분기)’ 현상이 벌어지면서 기준금리의 방향을 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동안 한은이 중시한 ‘물가안정’을 벗어던지고 물가 하방을 막는 ‘디플레 파이터’가 돼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와 한은이 앞으로 3년간 적용할 물가목표를 현 물가 수준보다 약 1%포인트 높은 2%로 책정한 것도 이런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내년에 금융통화위원이 대폭 물갈이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금통위원 7명 중 4명(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위원)의 임기가 내년 4월20일로 만료된다. 금융시장에서는금통위원의 물갈이가 통화신용정책의 연속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