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보장기간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상위이지만, 막상 사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 2015'에 따르면 한국의 '아버지에게만 주어지는 유급휴가'는 52.6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다. 이는 배우자 출산휴가와 남성 육아휴직 등 배우자에게 양도할 수 없는 유급 휴가 기간을 뜻한다.
◆남성 직장인 육아휴직 다른 국가 대비 저조
OECD 국가 가운데는 일본이 52주로 한국에 이어 가장 높았고 ▲프랑스(28주) ▲룩셈부르크(26.4주) ▲네덜란드(26.4주)가 그 뒤를 이었다. 스웨덴은 남녀배우자가 상의해서 육아휴직 기간을 원하는 만큼 나눠쓰며 최소 10주의 휴가가 아버지에게 보장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평균은 9주였으며 유급 육아휴직이 없는 미국과 터키 등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아이가 출생했을 때 한국 남성 직장인이 쓸 수 있는 유급휴가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길지만, 실제 사용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출산 및 육아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3421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7만6833명 가운데 4.45%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 남성의 비중이 상승해 남성 육아휴직자가 2212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의 5.11%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기간 면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5개월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한국의 여성 육아휴직자의 평균 휴직 기간은 8.6개월이었으며 남성은 5.2개월이었다고 OECD는 설명했다.
반면 노르웨이는 전체 육아 휴직의 21.2%를 남성이 사용했으며, 아이슬란드는 전체 육아휴직의 28.5%(2013년 기준)는 남성이 사용했다. 덴마크는 남성이 육아휴직의 10.2%를, 핀란드는 8.8%를 사용했다.
한국은 여성의 62.3%(2013년 기준)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아이슬란드, 덴마크, 핀란드 등은 여성 대부분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와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호주의 경우 남성 36%가 설문조사에서 아이가 태어나고서 첫 6개월에 '아버지와 배우자 유급휴가'를 가졌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유급 및 무급 육아 휴직을 합쳐서 호주 남자들이 사용하는 휴직 주 수가 32.4주(2013년 기준)에 달했다.
프랑스는 남성의 62%가 육아 휴직을 사용한다. 이 나라의 경우 고용주가 육아휴직과 관련한 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없어 실제 휴직률은 이보다 높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남성의 18%가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기간은 2∼8개월이었다고 OECD는 설명했다. 캐나다에서는 2012년 기준 퀘벡을 제외하고 남성의 9.4%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오스트리아, 남성 육아휴직 8개월 사용
남성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가 국가마다 달라서 일률 비교는 어렵지만, 갖추어진 제도 대비 사용률을 따져보면 한국 남성들은 주요국에 비해 육아휴직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편이다.
현재 한국 남성 직장인은 1년간의 육아휴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아이를 보고 싶다는 마음은 아빠나 엄마나 같겠지만, 휴직을 하면 대신 일할 사람이 없다는 점과 '남자가 무슨 출산휴가냐'는 유·무언의 압력이 선뜻 육아휴직 신청을 못하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남성 노동자는 최소 사흘간의 배우자 출산 휴가를 보장받는다.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이 아니라면 1년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남성 육아 휴직자의 수는 3421명이었다. 2006년까지만 해도 남성 육아 휴직자가 230명이던 것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에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 남성의 수가 급증했지만, 지난해 여성 육아휴직자 수인 7만3412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남자가 무슨 출산휴가냐고?
남성 노동자가 선뜻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것은 업무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상사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두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야근과 휴일근무가 반복되는 가운데 휴직을 신청하면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결국 주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생소한 인식도 문제다. 육아휴직을 써본 경험이 없는 상사나 동료가 오히려 휴직자를 '튀는 직원'으로 인식하면서 휴직 신청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딸이 태어나면 두 달 동안 육아휴직을 가겠다고 발표, 곧이어 전세계 페이스북 임직원들도 아이가 태어나면 4개월간 유급 육아휴직을 갈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종전에도 페이스북은 미국 남녀 직원들에게 4개월, 미국 이외 지역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에게 최소 4주간의 육아휴직을 제공했다. 여기에 CEO가 먼저 나서서 육아휴직을 가겠다고 공표한 것이 휴직 사용률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성평등이 가장 잘 실현된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은 왕실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스웨덴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는 지난 2012년 딸 에스텔을 출산했으며, 남편인 다니엘 공은 곧바로 남성 육아휴직을 냈다. 다니엘 공은 에스텔 공주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까지 장기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가 크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스웨덴은 1974년부터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했다. 영국에서도 왕실과 총리가 통상 수준보다 긴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2013년 조지 왕자가 태어났을 때 자신이 복무하는 영국 공군에 2주간 출산휴가를 신청했으며,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2000년 아내의 출산에 맞춰 2주간 총리실 업무를 쉬고 아이를 돌봤다.
◆상징적인 인물이 나서야 사회적 인식이 바뀐다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누군가 먼저 나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 모델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상징적인 인물이 솔선수범해 남성 육아휴직을 쓰면, 육아휴직에 대한 생소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스웨덴은 공주 배우자가, 영국은 노동당 당수가 육아휴직을 쓴다"며 "한국에도 이 같은 선도적 모델이 있다면 (남성 육아휴직) 제도의 확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