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눈 또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다. 눈이 오거나 추운 날씨에는 빙판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외출을 조심하게 된다.
특히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뼈가 약한 노인들이 빙판길 낙상 사고가 잦은데, 고관절 골절이나 척추압박골절을 당하면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져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골다공증을 관리하고 근력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 체력을 길러야 한다. 외출할 때는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꼭 착용하고 필요에 따라 지팡이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 노인의 고관절골절-척추압박골절, 합병증으로 생명까지 위협
한해 중 가장 추운 날이 많은 12월, 올해도 추위에 얼어붙었다. 기온이 내려가면 척추와 근육이 경직되면서 몸이 뻣뻣해지는데, 빙판길에서 몸을 움츠린 채 종종 걸음으로 걷다 보면 누구라도 순식간에 넘어지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균형 감각과 민첩성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한 노인들이 가장 조심해야 한다. 빙판길에서 넘어졌을 때 다치기 쉬운 부위는 손목이다. 넘어지면서 반사적으로 땅에 손을 짚으면서 손목 인대나 뼈를 다치기 쉽다. 넘어지면 손목골절이 제일 많고, 척추압박골절, 다음으로 고관절 부위 골절 순으로 발생한다.
골절이라고 하면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상태를 떠올리지만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척추뼈가 주저앉고 짜부라지는 것도 골절이다. 척추압박골절이 발생하면 짜부라진 척추뼈로 인해 등이 굽게 되고 골절된 척추뼈는 더 쉽게, 반복적으로 골절되기 때문에 척추가 변형된다.
신경외과 전문의 백경일 원장(강북힘찬)은 "척추압박골절이 생기면 허리에 심한 통증이 오기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기가 어렵게 되고, 어깨 등 신체 다른 부위에 2차적인 통증이 발생한다"며 "이렇게 되면 거동이 불편해져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폐렴, 욕창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골다공증도 더 악화되어 또 다른 압박골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의 경우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고관절 골절을 당할 위험이 높은데, 고관절 골절은 골절 자체로서의 문제보다 동반될 수 있는 합병증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고관절 골절을 입게 되면 엄청난 통증과 함께 전혀 움직일 수 없고, 허벅지 안쪽으로 출혈이 있기 때문에 사타구니와 넓적다리가 붓게 된다.
골절로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지내다 욕창이 생길 수 있고, 폐렴 등의 감염질환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장폐색이나 혈전에 의한 색전증 등 합병증과 기존 지병 악화로 인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때문에 환자의 건강 상태가 수술과 마취를 이겨낼 수만 있다면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움직임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줘야 한다. 외상 후 골절 여부를 확인한 뒤에 나사못으로 골절 부위를 고정하거나 인공고관절 수술을 해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 골다공증 있다면 골절위험도 확인
골다공증이 있으면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을 입을 수 있다. 빙판길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을 경우 꼬리뼈가 틀어지는 부상을 입거나 척추압박골절을 당할 수 있다. WHO가 권고한FRAX(Fracture Risk Assessment Tool, 골절위험도 예측프로그램)는 연령, 체질량지수, 골절병력 등을 체크하면 10년 내 골절위험도를 알 수 있어 골절이 많은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의 예방적 치료가 가능하다. FRAX 홈페이지(www.shef.ac.uk/FRAX)에 접속하여 체크박스에 해당되는 부분에 체크만하면 된다.
한국어 사이트도 개설되어 있어, 일반인도 쉽게 골절위험도를 체크할 수 있다. 겨울철 빙판길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출 전 스트레칭으로 관절과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옷은 따뜻하되 움직임이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벼운 것을 입는다. 장갑은 보온과 낙상 예방을 위한 중요한 소품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에서 넘어지면 부상 정도가 크다.
신발은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운동화나 등산화가 좋다. 부츠는 되도록 굽이 낮고 가벼운 것을 신는다. 노인은 신발 바닥에 쉽게 덧붙였다 뗄 수 있는 도시형 아이젠을 부착하거나 등산용 스틱 또는 지팡이를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양지나 미끄럼 방지 모래가 뿌려진 길로 다니고 보폭은 좁게 해서 천천히 걷도록 한다. 내리막길은 무릎을 살짝 구부려 비스듬히 내려오는 것이 안전하다.
골밀도를 정기적으로 체크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도 적다. 이밖에 하체 근력을 키우고 칼슘, 단백질, 비타민D가 들어있는 음식물이나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도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정형외과 전문의 박승준 병원장(부평힘찬)은 "골다공증이라는 진단을 받지 않았을지라도 노인의 경우 늘 골절의 위험이 있다"며 "고령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운동으로 상, 하체의 균형 및 근육의 힘과 몸의 반사 기능을 유지하면 잘 넘어지지도 않을뿐더러 넘어져도 쉽게 부러지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헬스팀 김봉수 기자 bs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