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디플레 공포 확산①] 물가상승률 '사상 최저'

올해 물가상승률 0.7% 수준…내년도 1% 밑돌 수도
경기침체 ‘심각’…지갑 못 여는 소비자들

[편집자 주]사상 최악의 디플레이션이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몇 년째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치 하단을 밑도는 가운데 올해는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때문에 한국 사회가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본지는 6회에 걸쳐 현재의 디플레이션 현상과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진단해 보고자 한다.

물가상승률이 좀처럼 턴어라운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 비정상적”, “곧 상승 추세 탈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지만, 몇 년째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내년 전망도 매우 어둡다.

때문에 디플레이션 경고음이 사방에서 울리는 양상이다.

◆심각한 디플레 현상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를 기록, 인플레이션을 걱정케 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후 거듭해서 곤두박질쳤다.

2012년 전년 대비 1.8%포인트 급락한 2.2%를 나타낸 물가상승률은 2013년 다시 1.3%로 0.9%포인트나 뚝 떨어졌다. 지난해 역시 1.3%에 그쳐 전년과 같았다.

올해는 더 심하다. 지난 10월까지의 전년동기 대비 물가상승률 폭은 0.6%에 불과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년만에 1%를 찍으면서 다소 오르는 모양새지만, 그럼에도 한은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0.7%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IMF 위기’가 몰아쳤던 지난 1998년의 0.8%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치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처음에는 2011년에 물가가 너무 높아서 ‘천정 효과’로 2012년 물가가 뚝 떨어진 것으로 진단됐었다”며 “그러나 그 후에도 물가상승률 하강 압력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 3년간(2013~2015년) 한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2.5~3.5%와 비교하면, 심각성이 더 두드러진다. 3년간 하단에도 훨씬 못 미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 예상도 어둡다. 한은은 향후 3년간(2016~2018년) 물가상승률 목표치로 2%의 단일 수치를 내밀었지만, 최소한 내년은 이 역시 밑돌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물가상승률을 1.4%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도 같은 1.4%를 내밀었다.

정부는 그보다 낮은 1.3%로 예상 중이다.

개중 가장 높은 한은의 전망치(1.7%)도 물가상승률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소비 부진, 디플레로 이어져

올해의 극도로 낮은 물가상승률의 주 원인으로 흔히 저유가와 경기 부진이 꼽힌다.

올해 1월 평균 유가는 배럴당 45.77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전년동월 대비  56%나 하락했다.

다만 유가는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승 반전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내년 물가 전망이 어두운 것은 그만큼 경기 위축이 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낮은 소득과 불안한 미래가 소비 부진을 야기하고, 소비 부진이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3분기 가계의 월 평균 소득은 441만60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7%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09년 3분기(-0.8%) 이후 제일 낮은 수치다.

특히 실질소득 증가율은 0%였다. 돈이 없으니 소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소득불평등도 심각하다.

이날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20%의 소득 증가폭이 소득 하위 20%를 훨씬 앞질렀다.

소득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의 지난해 평균 소득이 1억930만원으로 전년 대비 195만원 증가한 반면 소득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는 35만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소득 5분위 가구 비중은 0.2%포인트 축소된 데 반해 소득 1분위 가구 비중은 0.1%포인트 확대됐다. 점점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불평등은 곧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경제의 상식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대체로 소득이 적을수록 소비성향이 높아진다”며 “고소득자의 소득만 늘고, 저소득자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으면, 소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비성향은 71.5%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들어 민간소비 증가율(한은 통계)은 1분기 0.6%, 2분기 -0.2%로 극히 부진했다. 3분기에 겨우 회복된 수치가 1.2%일 뿐이다.

부진한 소비는 자연히 디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마트, 백화점 등은 거의 연중 세일 상태”라면서 “매출이 너무 부진하다보니 최대한 물건을 싸게 팔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디플레이션을 치료하기 위해 우선 소득 증대 및 소득불평등 해소가 요구되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