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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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이정도면…" 카드사 "이정도론…"

금융사 희망퇴직금 액수따라 일희일비… SC은행 최대 6억원 넘어… “명퇴 늘려달라” 요청도
금융권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은행과 증권에 이어 카드업계까지 대규모 희망퇴직이 번지고 있다. 그만큼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권별로는 희망퇴직금 규모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계 은행이 최대 6억원이 넘는 두둑한 퇴직금을 지급한 반면 카드사 등 중소형 금융업체 직원들은 24개월치 급여에 그치고 있다.

◆찬바람 몰아치는 카드업계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직급에 상관없이 7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23일까지 희망퇴직신청을 받는다고 21일 밝혔다. 다만 희망자에 한해 신청받기로 노사가 합의해 아직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과거 3차례 실시했던 사례를 보면 100여명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상자들에게는 기본 24개월치 월급에 연령과 직급에 따라 추가로 6개월치 월급을 지급해 최대 30개월치를 준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2년치 월급으로 당장 나가서 창업하기도 쉽지 않아 신청자가 많이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측은 이번 희망퇴직이 2년마다 한 번씩 진행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감원 수순에 들어가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인력 감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2위인 삼성카드도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직 및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로 카드업계의 연간 수익이 67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업계는 긴축재정에 돌입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이 줄줄이 매각설에 휘말리는 것도 카드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많이 주고 빨리 내보내는 은행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였던 은행권에서도 올 들어 KB국민, 신한, 우리, 한국SC은행 등 네 곳에서 모두 2700여명의 행원이 명예퇴직으로 직장을 떠났다. 희망자만 접수한 농협은행을 포함하면 주요 은행의 올해 명예퇴직자는 3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은행권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특별퇴직금도 통 크게 지급하고 있다.

SC은행은 최근 근속기간에 따라 32∼60개월치 급여에 재취업 및 창업지원금 2000만원, 자녀 학자금 최대 2000만원 등을 별도로 지원했다. 최근 금융권 특별퇴직금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로, 최대 6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둑한 특별퇴직금 때문에 일부 행원들은 희망퇴직 대상에서 ‘탈락’할까봐 전전긍긍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SC은행 직원은 “특별퇴직금이 적으면 어떻게 해서든 버티려고 할 텐데 너무 많이 주니 고민되더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 분위기상 떠밀리듯 퇴직 신청을 하는 직원들도 많지만, 목돈을 받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른 길을 찾으려는 지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은행 노조간부는 “희망퇴직 대상 나이를 낮춰 달라거나 규모를 늘려 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이 많아 당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은행들이 특별퇴직금을 펑펑 쓰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은행권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대부분 임피제 대신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것도 임피제로 받는 월급보다 특별퇴직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 안정성이나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부)는 “한국에서 은행이 노동집약적으로 발전해오다 보니 카드나 증권 등 여타 업종에 비해 점포와 인력이 많아 경비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금융이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이 아닌 단순 반복적인 산업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말했다.

김수미·오현태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