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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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내년에 주석제 부활할까?

김일성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한 상태
북한에서 김일성은 ‘영원한 주석’이고 김정일은 ‘영원한 국방위원장’이다. 그런데 국내 한 국책연구기관이 내년에 북한이 주석제를 부활하거나 국방위원회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유성옥)은 지난 23일 배포한 ‘2015년 정세평가와 2016년 전망’ 보고서에서 “김정은 1인지배체제 확립을 위해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거나 주석제를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내년 5월 노동당 7차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것이란 전망은 지배적이나, 김일성과 김정일이 가졌던 자리를 부활하거나 폐지한다는 관측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보고서가 유일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북한이 주석제를 폐지한 것은 지난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개정한 사회주의 헌법의 서문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높이 모시며...”라고 명시한 사실을 공개하며서 확인됐다.

이는 1972년 12월 김일성의 유일지도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정된 사회주의헌법에서 신설된 국가주석 자리는 김일성 외에 어느 누구도 앉을 수 없음을 공표한 것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3년 상이 지난 뒤 생전에 김일성이 가졌던 노동당 총비서 자리를 물려받았으나, 국가주석은 김일성의 자리임을 분명히 했다. 대신 김일성 사후 표방한 ‘선군정치’에 걸맞게 국방위원회를 신설해 위원장을 맡았다.

최고 권력기구인 국가 주석은 김일성의 자리라 앉을 수 없으니, 새롭게 국방위원장이란 자리를 만든 것이다.

3세 최고지도자 김정은 역시 김정일 사망 이듬해인 2012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에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각각 추대했다.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자리에 앉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은은 대신 국가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올랐다. 또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의 자리였던 노동당 총비서도 영구직으로 두고 자신은 새로 만든 제1비서에 올랐다. 또 아버지가 맡았던 국방위원장도 물려받지 않고 제1위원장이란 직책을 새로 만들었다.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생전에 가졌던 자리를 ‘영원한 것’으로 만들고 자신은 그보다 낮은 자리에 앉은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은이 정말 주석제를 부활할지 주목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