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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포트] ‘나진·하산 프로젝트’ 의미·전망

남·북·러 ‘3각 물류협력’ 통해 北개방 유도… 관건은 수익성
지난 7일 중국 백두산 지역에서 생산된 컨테이너 10개 분량 생수가 북한 나진항을 통해 부산항에 들어왔다. 또 지난달에는 러시아산 유연탄 12만t이 나진항을 거쳐 광양과 포항으로 옮겨졌다. 모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 중인 남·북·러 물류협력의 대표 사업인 나진·하산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남·북·러 3각 물류협력의 대표 사업 ‘나진·하산 프로젝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고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해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방안이다.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3년 11월 서울 정상회담을 통해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되도록 장려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우리 측 포스코, 코레일, 현대상선 3사(社)가 러시아 측과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북·러 합작기업인 나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남·북·러 3각 물류협력의 대표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2차 시범운송의 일환으로 지난 4월 북한 나진항에서 중국 국적 화물선이 러시아 유연탄 12만t을 싣고 우리 항구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나선콘스트란스의 지분은 비율은 3 대 7. 러시아가 보유한 지분의 49%를 매입함으로써 우리는 전체 지분의 34.3%(러시아 지분 90% 중 49%)를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남·북·러의 지분은 러시아(35.7%), 한국(34.3%), 북한(30%) 순이 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란 석탄 등 러시아산 물류를 하산·나진 간 철도를 이용해 나진항으로 수송한 뒤 중국 화물선에 실어 국내 항구로 들여오는 사업이다. 지난달 29일 러시아산 유연탄 12만t이 시베리아 쿠즈바스 탄전에서 나진항까지 철도로 운송된 뒤 나진항에서 벌크선에 실려 광양과 포항으로 옮겨졌다. 2014년 11, 12월, 지난 4, 5월에도 각각 1, 2차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지난 7일에는 3차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기업이 연변의 백두산 지역에서 생산한 생수 컨테이너 10개 물량을 부산항에 들어오기도 했다. 본 계약은 내년 3월쯤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5·24 대북 제재 조치의 예외로 간주하고 있다.

◆남·북·러 3각 물류협력을 통한 북한의 변화 유도

남·북·러 협력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의 배후지역인 러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가스관·전력망도 연결해 유라시아를 도로, 에너지, 철도로 연결된 하나의 대륙으로 완성시켜, 통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유럽아프리카연구부 교수(러시아지역 담당)는 “물류와 가스관·전력망 사업은 결국 북한과 연계되고 이는 결국 북한의 인프라 등 내적인 변화동력을 추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중정부와 이명박정부에도 남·북·러 협력이 추진됐다. 2011년 1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11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합의했다. 앞서 같은 해 8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동부 시베리아의 중심 도시 울란우데를 방문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이 가스관 사업에 미리 합의해 남·북·러 정상 간 구체적인 합의까지 도출됐다. 그러나 가격조건, 가스관의 북한 통과에 따른 우려, 2011년 12월 김 위원장의 죽음으로 이 사업은 결국 좌초됐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은 “김대중·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던 남·북·러 협력과 이번 정부의 3각 협력의 큰 차이점은 이전 정권들이 극동개발 중심이었다면, 이번 정부는 러시아하고 연결되더라도 북한 항구와의 연계성 등 북한 개발과 관련된 것을 우선한다는 것”이라며 현 정부와 과거 정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수익성 문제로 골머리 앓는 남·북·러 3각 물류협력

현재 남·북·러 협력의 걸림돌은 수익성 문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예외가 아니다. 포스코·코레일·현대상선 3사도 수익성 문제로 본계약에는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성 문제는 2011년 남·북·러 간 가스관 연결사업이 좌초된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김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남·북·러 협력은) 경제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사업성이 꼭 있어야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을 정확히 보고, 상업성이 없으면 정부가 단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이 지속가능해 기업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기업이 수익성을 걱정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의 과도한 규제와 물동량 부족이 있다. 러시아는 국경 통관 시 약 60개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트럭당 150달러 정도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과도한 규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에서 러시아는 화물의 국경통과·비용·시간 등을 종합한 화물국경통과경쟁력(Trading Across Borders)에서 37.39점을 기록해 189개국 중 170위를 기록했다. 물동량 부족도 문제다.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에서 석탄을 싣고 와 생긴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인건비 등 항구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정착을 위해서는 충분한 물동량 확보 차원에서 중국과도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영석 계명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는 싣고 오는 석탄이나 철광석이나 이런 벌크 화물이나 결국 나진항이 활성화되고 상업항이 돼야 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나진항을 통해서 한국이나 일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에 관한 공식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울산=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