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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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타고 폴 잡고 초보 곡예사들아! 날아올라라

‘JUMPING UP’ 서커스 이수자들의 진지한 몸짓
서커스 전문가 양성과정 ‘Juming UP’ 결과발표회 리허설에서 강민지씨가 상모를 돌리며 타이트 와이어(외줄)에 올라 공연을 하고 있다.
가냘픈 몸매의 이솔빛나(23)씨가 조심스레 외줄 위에 발을 올린다. 무대 조명을 받으며 외줄을 타는 곡예사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무대 절반쯤 건너온 이씨가 부채를 꺼내 들고 앉았다 일어서는 묘기를 선보인다. 외줄타기가 무사히 끝나자 ‘JUMPING UP’ 멤버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댄다. 사기가 오른 멤버들이 곧바로 다음 순서를 이어갔다. 안재현(35)씨가 “후~” 하고 길게 호흡을 내뱉은 뒤 차이니스 폴(서커스에 사용되는 기둥)에 올라 연기를 펼친다. 폴을 잡고 360도 몸을 뒤집으며 묘기를 선보인다. 

이솔빛나씨가 개인 연기를 시작하며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서울 광장동 옛 구의취수장 시설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는 ‘JUMPING UP’ 서커스 전문가 과정 이수자들의 졸업 작품인 ‘서커스의 본질을 찾아서’ 발표회 준비가 한창이다. 올해 4월 정식 개관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길거리 공연을 위한 작품 제작과 출연진을 양성하는 국내 최초의 거리예술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다.

이씨가 상처투성이가 된 발로 타이트와이어(외줄) 위를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커스 전문가 양성 교육 참가자들의 전공은 연극, 무용, 무술 등 분야가 다양했다. 이들은 핸드 밸런싱, 핸드 투 핸드 등 서커스 기초교육을 마친 후 4개월 과정의 전문교육을 수료한 곡예사들로 이번 발표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거리공연에 투입된다. 

두 참가자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연기하고 있다.
가면연기를 하고 있는 초보 곡예사들.
잠시 쉬는 시간에도 무대에서의 동작에 대해 서로 계속 문제점을 지적했고 동료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느껴졌다.

강승우(31)씨가 무대 조명을 배경으로 타이트 와이어(외줄)에 올라 중심을 잡고 있다.
안재현씨가 리허설에서 차이니스 폴을 잡고 몸을 거꾸로 뒤집는 곡예를 선보이고 있다.
전통 연희를 전공하고 창작팀에서 활동하는 강민지(25)씨는 “한 워크숍에서 서커스 전문가 양성과정이 있다는 것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참여하게 됐어요. 외국어를 새롭게 배우는 것과 같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전통 연희와는 다르지만 더 배우고 알아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했다. 연극을 전공한 안씨는 “특기를 갖기 위해 이번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연극은 기술이 없어도 감정과 정서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서커스는 몸으로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영복(28)씨가 바닥에서 물구나무 서는 곡예를 보여주고 있다.
공중회전 묘기를 펼치는 박용호(28)씨.
서커스 전문가 양성과정 ‘Juming UP’에 참가한 8인의 참가자들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양한 거리공연이 펼쳐지는 유럽국가 등 해외에 비해 아직 국내에는 이들이 설 만한 거리공연 무대가 많지 않지만 최종 리허설에 나선 8명의 초보 곡예사들의 열정은 무대의 좁고 넓음을 따지지 않는 듯했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휴일 오후 서울 거리 한편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는 이들 ‘JUMPING UP’ 멤버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글=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