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무턱대고 日 좇다간 큰 코… 수익원 다변화 ‘발등의 불’

국내 종합상사 갈길은
우리나라 종합상사는 대체로 일본 종합상사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애초 1975년 정부 관련법 제정으로 삼성물산이 국내 1호 종합상사로 지정되는 막후에도 이토추 상사 세지마 류조 전 회장의 ‘세지마 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과 흡사하게 국내에서도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등 재벌 계열 상사가 수출을 주도하며 70, 80년대 전성기를 보내다 이후 ‘종합상사 무용론’의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 결과 이들 역시 일본 종합상사처럼 자원 개발에 투자하는 길을 택했지만 결과는 씁쓸한 상태다. 주요 종합상사 대다수가 매출액이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률이 1%도 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500대 기업에 포함된 7개 상사업체의 올 1~3분기 매출액은 46조4700억원, 영업이익은 54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9%(3조9647억원), 영업이익은 11.7%(722억원) 줄었다. 매출액은 SK네트웍스(15조1201억원)와 대우인터내셔널(13조4095억원) 2곳만 10조원을 넘었으며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곳은 LG상사와 STX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7곳 중 4곳은 감소했다. 

국내 종합상사의 부진은 신규 성장 동력 확보의 실패로 설명된다. 애초 일본 종합상사 모델을 따라간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조항 수석연구원은 “국내 상사는 일본과 달리 내수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며 자금규모가 현저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석유, 가스, 철광석 등 주요 자원에 초기부터 일본 상사와 같은 투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보다는 전 세계 곳곳에서 각 종합상사와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육성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 안희준 수석애널리스트는 “국내 종합상사도 현 시점에서 어떻게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사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느냐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