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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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은퇴하고파… 한국 복귀하면 실패자”

볼티모어 입단 김현수 기자회견… 당찬 출사표
“미국에서 잘한 뒤 현지에서 은퇴하고 싶다. 한국에 돌아와 은퇴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김현수(27·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굳은 의지를 보이며 출사표를 던졌다. 표정은 입이 귀에 걸리듯 싱글벙글했지만 각오를 다질 때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꾀꼬리 군단’ 볼티모어에 입단한 김현수는 29일 서울 강남구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아온다는 건 미국에서 절 원하는 팀이 없다는 것이다. 특출 나게 잘하진 못하더라도 기본은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가 29일 서울 강남구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니폼을 입고 환한 얼굴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수는 지난 24일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에서 입단식을 했다. 그는 한국에서 2006년 연습생으로 프로에 데뷔한 탓에 입단식을 치러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프로 데뷔 9년 만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누비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우뚝 섰다. 당시 구장에 섰지만 그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현수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냥 시설이 좋다는 느낌만 받았다. 경기를 직접 뛰어보면 달라질 것 같다”며 “잠실보다는 펜스가 더 가까워 보였지만 투수들 공이 더 빠르기 때문에 장타를 더 잘 친다고 장담하진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김현수는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할 때까지만 해도 MLB 진출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서 맹위를 떨치며 한국의 우승에 기여한 뒤 MLB 진출에 급격히 탄력을 받았다. 그는 “솔직히 한국시리즈 우승할 때만 해도 미국에 꼭 가야겠다는 마음은 없었다”며 “에이전트가 정말 잘 도와줬고 어떻게 하다보니 갈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발되면 일본으로 유턴할 생각도 했지만 에이전트의 강한 추진력 덕분에 결국 꿈의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2년간 700만달러(약 82억원)에 계약한 김현수의 세부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은 확실히 보장받았다. 김현수의 에이전트인 이예랑 리코스포츠 에이전시 대표는 “첫해부터 25인 로스터에 들어가면 부상에 따른 재활 치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는 것을 김현수가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붙어보고 싶은 상대로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 레드삭스)를 꼽았다.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이번 시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면서 18승5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최근 보스턴 레드삭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현수는 “프라이스가 최근 보스턴으로 갔다고 들었다. 공격적인 투수고 볼넷을 잘 안 내주는데 꼭 맞붙어서 잘 대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현수는 내년 목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미국에서는 신인이다. 아직 염두에 두는 목표치는 없다. 적응을 잘해서 주전 경쟁을 이겨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8일부터 다시 몸만들기에 들어간 김현수는 비자가 나오는 대로 미국에 건너갈 예정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