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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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마저 인상… 서민에 쓴 ‘소주’

업체들 출고가격 인상 도미노
롯데주류도 내달 5.54% 올려
음식점·주점 소매가까지 들썩
조만간 5000원 시대 예고
“도주 내리면 원가 줄어드는데…
업체 배만 불려” 소비자 반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서민의 술’ 소주가 ‘부담스러운 술’이 됐다.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소주 1, 2위 업체가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출고가격 1000원, 음식점 가격 5000원 시대가 곧 도래할 전망이다.

그동안 소주업계는 경쟁적으로 알코올 도수를 내리면서 사실상 가격을 올려 왔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코올 도수를 내릴 때는 소주의 주재료인 주정에 물만 타면 되기 때문에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롯데주류는 30일 ‘처음처럼’의 출고가격을 다음달 4일부터 5.54 인상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30일 ‘참이슬’ 가격을 올리자 금복주, 무학 등 지방 주류업체들이 뒤따른 데 이어 롯데주류의 가세로 주요 소주 브랜드가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롯데주류는 주력제품인 ‘부드러운 처음처럼’(17.5도·360㎖)의 출고가격을 병당 946원에서 1006.5원으로 올렸으며 전 품목의 인상률은 평균 5.54라고 설명했다.

롯데주류는 지난 3년 동안 누적된 원가 상승요인을 반영하되, 내부적인 원가절감 등을 통해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주요 경쟁사 제품들보다 더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출고가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국내 소주 점유율 1위인 참이슬에 이어 2위인 처음처럼이 가격 인상에 동참함으로써 주요 소비처인 음식점과 주점 등에서 소주가격 인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음식점에서의 소주가격은 지역에 따라 3000∼4000원선이다. 참이슬 가격 인상 이후 고객의 반발을 우려해 가격인상을 꺼리던 음식점과 주점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소주업체는 재료값·병 구입 단가·물류 운반비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업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소주업체들은 그동안 알코올 도수를 내리면서 사실상 가격은 올려왔다. 지난 1998년 처음 출시된 참이슬은 당시 알코올 도수 23도였고 출고가는 510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도수는 17.8도이며 출고가는 1015원이다. 2006년 나온 처음처럼도 20도로 730원 이었지만 지금은 1000원을 넘어섰다. 알코올 도수가 내려가면서 소주업체들의 원재료 부담은 줄었고, ‘순한술’로 변신한 소주는 판매가 크게 늘었다.

실제 국내 1위 소주업체인 하이트진로의 소주부문 수익성은 매년 올라가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이 회사는 소주부문에서 매출 7071억원, 영업이익 931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13.1다. 출고가를 올리기전인 3년 전 2012년 영업이익률(9.4)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9월 “소주에서 주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2 정도인데 도수가 낮은 술은 그만큼 주정이 덜 들어가서 제조단가가 떨어지니 소주가격을 오히려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