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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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똑똑한 소비’ 뜬다

[2016 나눔이 미래다] 이제는 공유경제 시대
세계 경제는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되레 뜨고 있는 분야가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2008년 8월에 설립된 에어비엔비(Airbnb)가 단적인 사례다. 자기 집에 남는 방을 빌려주려는 사람과 그곳에서 묵고 싶은 이들을 연결해주는
에어비엔비는 설립 4년 만에 전 세계 곳곳에 무려 65만개의 숙소를 확보해 동종 업계를 경악시켰다.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체인을 보유한 인터콘티넨털호텔 그룹이 100개국에 64만5000개의 객실을 확보하는 데 65년을 쏟아부은 것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에어비엔비는 현재(2015년 12월) 190여개국 3만4000개 도시에 200만개의 숙소를 확보, 누적 게스트 6000만명을 돌파했다. 차량 공유기업인 우버(Uber)는 포브스가 추산한 기업가치가 무려 680억달러(약 80조원)에 달한다.
창업 5년 만에 107년 전통의 제너럴모터스(GM)의 기업가치를 넘어선 것이다.

2008년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대 교수가 저서 ‘리믹스’에서 상업경제와 구분하면서 처음 쓴 공유경제가 저성장으로 신음하는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최근 펴낸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예리하게 간파한 것도 공유경제의 힘이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달해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구원투수가 공유경제라는 논리다.

구글에서 sharing economy를 검색하면 9160만건(12월17일 기준)의 검색 결과가 쏟아진다. capitalism(자본주의·3580만건)나 marxism(마르크스주의·809만건)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집카(Zipcar)의 창업자인 로빈 체이스는 최근 파리 기후변화회의 세미나에서 “산업 자본주의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라며 공유경제 시대의 도래를 역설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매솔루션에 따르면 2014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넘었다. 미국 공유경제 조사기관인 크라우드 컴퍼니(Crowd Companies)의 제러미아 어우양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약 260억달러(약 30조6800억원)가 공유경제 분야로 유입됐다. 미국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5년까지 세계 공유경제 시장이 3350억달러(약 395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유의 대상도 단순한 물건이나 시간을 넘어 지식과 재능, 시간 등 무형의 자산으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돼 미국과 영국 등 14개국에 퍼진 타임뱅킹은 개인들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성장은 스마트폰으로 촉발했고, 사물인터넷(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 시대와 함께 폭발적으로 팽창할 것이다. 이 모두가 빈 방이나 노는 차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길을 튼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으로 거대한 공유지가 눈앞에 펼쳐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두에게 공유되는 자원은 이기심으로 비극을 초래한다는 ‘공유지의 비극’ 이론의 자리를 ‘공유지의 희극’이 대체할 날도 머지않았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이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Avis)는 집카를, 2015년 3월 벤처캐피털은 자동차 공유기업 우버에 12억달러(1조4160억원)를 투자했다. 6월에 에어비엔비는 실리콘밸리에서 15억달러(1조7700억원)를 유치했다.

영국은 유럽 공유경제의 수도로 불린다. 세계적인 공유경제와 연관된 사업의 10%가량이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런던에 기반을 둔 해슬닷컴(hassle.com)은 앱을 통해 요청하면 근처에 있는 청소부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엄청난 인기를 끌자 경쟁사인 독일 업체에 지난 7월 3200만파운드(약 565억원)에 인수됐다.

프랑스에서는 ‘카풀’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라블라카(BlaBlaCar)가 폭발적인 인기다. 2006년에 설립된 블라블라카는 운전자가 출발지와 도착지를 올리면 일정이 맞는 이들이 비용을 내고 동승한다. 블라블라카는 10∼15%의 수수료를 받는다. 블라블라카는 지난 9월 미국의 3개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1억8000만유로(약 2303억원)를 조달하면서 몸값이 15억달러(약 1조7685억원)로 평가됐다. 19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용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독일에선 음식재료를 공유하는 푸드셰어링(foodsharing)과 집에 있는 공구를 나눠 사용하는 프렌츠(Frents)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였던 러시아에서도 경제 위기 여파로 공유경제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에어비엔비의 매출은 최근 1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모스크바는 에어비엔비의 매출 상위 10위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