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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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해넘기고 ‘선거구 무효’ 방치… 역시나 무능국회

여야 선거구 획정 매듭 못지어
예비후보 등록 중단 혼란 불가피
정 의장 선거구 획정안 제출 요청
시·군·구 분할 허용 방안 제시
비쟁점법안 212건 겨우 처리
노동법 등 쟁점법 서로 공방만
국회는 2015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212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여야 간 지루한 협상을 해온 쟁점법안들은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야 지도부는 여기에 전국 246개 선거구가 사라지는 초유의 ‘선거 대란’까지 사실상 방치해 ‘무능 국회’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여야가 이날 밤 12시까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매듭짓지 못함에 따라 현행 선거구는 모두 사라지게 됐다. 예비후보등록도 잠정 중단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 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이는 불법을 잠시 눈감아주는 면피성 조치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무법상태를 만든 책임이 있는 여야 대표는 오후 30분 동안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대표 회동은 이달 들어 아홉 번째다.

국회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의원모임 소속인 새누리당 이철우, 무소속 황주홍, 새누리당 장윤석·신성범·김종태 의원(왼쪽부터)이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상 시·군·구 분할 금지 원칙을 개정해 농어촌 선거구의 불합리한 감소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0시를 기해 배포한 담화문에서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1월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의장에게 제출해 줄 것을 의장 직권으로 (선거구획정위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역구는 246명을 기준으로 했으며 획정을 위한 인구기준일은 10월31일로 정했다. 또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 시·군·구 분할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시·군·구 분할을 허용할 경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지역구로 조정되는 이른바 ‘게리맨더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획정위의 최종안 마련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 의장은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안전행정위의 심의를 거쳐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오는 8일 처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 문제를 쟁점법안과 동시에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정 의장을 압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도 중요하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주요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같이 처리할 것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선거법 개정안과 쟁점법안을 동시에 직권상정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는 쟁점법안 연내 처리 불발의 책임을 떠넘기며 공격했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우리 정치권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도매급으로 비난받는 안타까운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노동개혁 5개 법안의 경우 우리당은 파견법을 제외하고 나머지 법안의 분리처리를 주장했는데 새누리당은 일괄처리를 고집하며 협의 채널을 막아버리고 있다”며 “야당 탓, 남 탓하지 말고 자기 무능부터 반성하는 마지막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전날 법사위에서 통과된 시간강사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안심번호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