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열리는 청문회에선 주요 현안들에 대한 유 후보자의 견해와 정책방향에 관한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 후보자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한 차례 통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청문회는 개인 이력이나 도덕성 문제를 따지기보다는 유 후보자가 펼쳐나갈 경제정책 방향을 미리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새해 연휴 마지막 날인 3일에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실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해 청문회를 준비했다.
◇ 유일호 경제팀 색깔은
이번 청문회에선 박근혜정부 3기 경제팀으로 출범하게 될 유일호 부총리 주도의 경제팀이 제 나름의 색깔을 낼지에 대한 검증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유 후보자는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직후인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장기 성장 기반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 등 최경환 부총리가 중점 추진한 경제정책을 큰 틀에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유 후보자가 전임 경제팀의 정책기조를 잊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을 두고 "고장난 펌프에 마중물 붓기였다"고 비유하면서 유 후보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경기회복세를 끌어내기 위해 지난 1년여 동안 많은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경제의 추동능력이 망가진 점을 도외시 하다보니 펌프에 물이 잠시 차오르는 듯하다가 금새 꺼졌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는 2년 남짓한 박근혜정부의 잔여 임기에 경제정책 성과를 내야하는 유 후보자가 선택을 강요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 옷(최경환 경제팀 정책)을 입을지, 새 옷(유일호 경제팀 고유의 정책)으로 갈아입을지, 아니면 절충안으로 물려받은 옷을 기워 입을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도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청문회 준비 단계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을 부분적으로 계승하면서 '유일호 경제팀' 나름의 색깔을 진하게 드러낼 경제정책 방향과 기조를 다듬는 데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유 후보자가 최경환 경제팀과 비교할 때 경기 살리기를 위해 구사할 수 있는 특단의 '카드'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3%대 성장률 사수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외 민간 경제연구 기관들은 성장률이 잘해야 2% 중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올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예정이어서 지난해 수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유 후보자는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재정학자 출신이다.
유 후보자는 "다른 나라들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데 우리만 긴축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가 몇 년째 경기 부양책을 편 만큼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에 신경을 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 후보자가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밝힌 것은 구조개혁을 위한 법안 통과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등이 유 후보자가 구조개혁을 이루기 위한 밑거름으로 거론한 법안들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여야가 오랜 기간 지루한 협상을 벌여온 쟁점법안이어서 유 후보자가 국회를 상대로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영향력을 얼마나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오는 8일 예정된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11일 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이들 법안을 놓고 엉뚱하게 격돌할 가능성도 있다.
◇ 부동산정책 방향 놓고 논란 일 듯
국토부 장관을 지낸 유 후보자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직후 "주택 공급 과잉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유 후보자가 몸담았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미분양 사태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는 등 최근 들어 주택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유 후보자의 발언을 계기로 시장에선 현 주택 공급 상황이 과잉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뜨거워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작년 11월 미분양 주택 통계를 내놓은 이후 논란은 더 커진 상태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4만9천724가구로 전달보다 54.3% 늘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 주택 물량(2만6천578가구)이 전달보다 70.6% 급증했다.
최경환 경제팀이 추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정책과 저금리에 힘입어 공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시각과 공급과잉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쪽에선 미국 금리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미분양 물량이 부동산 시장을 다시 침체로 밀어넣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1천200조원대로 불어난 것을 놓고도 여야 의원들의 정책성 질의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밖에 유 후보자가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계속해 나갈 것인지도 집중 질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유 후보자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증세 없는 복지를 기반으로 한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아울러 연간 교역 1조달러 시대에 종지부를 찍게 만든 수출 부진에 유 후보자가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도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재산 8억5천만원 신고
유 후보자는 재산이나 병역 문제 등 도덕성 부분에선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한 차례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자신과 배우자 및 장남의 재산으로 총 8억5천461만원을 신고했다.
자신 명의로 서울 중구 아파트(8억4천만원)와 경기 평택의 대지(2억7천236만원) 등을 갖고 있다. 금융회사에 7억1천500만원의 빚을 지고 있고, 2천200만원 상당의 동양화 3점을 갖고 있다.
유 후보자는 1980년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했고, 장남은 2005년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해 병역기피 논란의 소지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섰을 당시 배우자·장남의 위장전입 의혹과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자녀가 중고교 입학을 앞둔 1993년과 1996년 두 차례 서울 강남의 8학군으로 위장전입 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 내정자는 "위장전입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아파트를 5억9천900만원에 사들였으나 구청에 취득 신고가를 4억800만원으로 축소 신고해 취·등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다운계약서 작성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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