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군에서 자살로 숨진 장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3일 국방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군에서 자살로 말미암은 사망자는 모두 56명으로 창군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자살로 숨진 인원 중 병사는 22명으로 2014년(4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자살을 포함해 군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장병의 수는 93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병영 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980년대에는 연평균 692명에 달했으나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각각 연평균 382명, 130명으로 감소했다. 2010∼2014년에는 연평균 121명으로 줄었다.
국방부는 병영문화 혁신을 지난해 강력하게 추진한 것이 사망자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자화자찬은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軍 “사망자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군에 입대했다 자살한 사람은 1980년대만 해도 연평균 250명에 달했다. 그나마 자살로 처리된 인원 외에 ‘의문사’나 은폐된 경우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는 추측이 적지 않다.
이 수치는 1990년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연평균 121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00년대에는 연평균 74명으로 감소했다.
2010∼2014년에는 연평균 79명으로 증가했으나 작년에는 2014년(67명)보다 16.4% 줄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병영문화 혁신 노력이 자살을 포함한 사망사고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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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횡성군 태기산 정상에 설치된 독서카페에서 장병들이 책을 읽고 있다. |
군은 2014년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사건과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 등 병영 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군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관심병사를 관리하는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을 2014년 246명에서 작년에는 320명으로 늘렸다.
병사와 부모가 서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소대급 부대 SNS ‘밴드’ 2만8000여개를 만들었으며, 작년 말에는 병사가 부모와 통화할 수 있는 공용 휴대전화 1만1000여대를 보급했다.
장병들의 여가 생활과 교양 증진을 위해 설치 중인 ‘독서카페’도 지속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 GOP와 외진 부대 310곳에 독서카페를 설치할 계획이다.
체력단련을 위해 부대 내 미니 농구장과 족구장, 헬스장 등을 확보하는 한편 병영 내 PC방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버지식정보방도 확대하고 있다.
장병들은 개인시간을 활용해 장병들은 사이버지식정보방에 설치된 인터넷 PC를 통해 부모와 안부를 나누고,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자격증과 외국어를 공부한다. 육군은 (주)iMBC캠퍼스와 장병 자기계발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격증과 외국어, 검정고시 등 학업 컨텐츠를 인트라넷과 국방 IPTV 등에 탑재하고 있다.
병무청도 징병검사 기준을 강화해 군 복무에 부적합한 인원은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병사가 자대 배치를 받을 때 해당 부대에서 받는 인성검사도 강화됐다.
◆ 사망자 감소, 일회성 현상으로 그칠 수 있어
하지만 ‘사망자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군의 병영문화 혁신은 2000년대 이래 병영 내 가혹행위나 자살사건 등이 발생할 때마다 등장했다. 정책 이름은 달랐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군에서 총기난사나 가혹행위, 자살 등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군 당국은 병영문화 개선책을 마련하고 시행 여부를 철저히 감독했다. 그 결과 사건이 일어난 직후 1~2년은 별 다른 문제가 없지만, 3년째부터는 감독이 소홀해지면서 또 다시 대형 사건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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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연천군 육군 28사단 장병들이 중서부전선 철책선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실제로 국방부는 2011년 7월 해병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대적인 병영문화 개선 운동을 벌여 2012년 자살자 수가 97명에서 72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3년 이 수치는 79명으로 증가했다. 2014년에는 GOP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나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병영문화 혁신이 강력하게 진행된 2014년과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오는 4월 총선 등 정치 일정으로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군의 병영문화 혁신책이 예전만큼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예비역 장교는 “2010년 이후부터 이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며 “군 사건사고와 관련해 올해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8월처럼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대비태세가 강화되면서 장병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군 내 사건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2010~2014년 군 내 사망자가 소폭 증가한 것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따른 대비태세는 강화된 반면, 장병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대책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한 군사전문가는 “긴장을 늦추면 사건은 언제든 일어나게 되어 있다”며 “병영문화 혁신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