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리딩뱅크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모바일 뱅크 출시, 비대면 거래 개시 등 핀테크 기반 닦기에 역량을 집중한 은행들이 그야말로 ‘사활을 건 영업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변화 40번, 혁신 31번 등장
세계일보가 4일 6개 시중은행 최고경영자(KEB하나은행은 은행장 신년사를 내지 않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대체)의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고객’이 80번으로 가장 많이 쓰였고, ‘변화’(40번)와 ‘혁신’(31번)이 그 뒤를 이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모바일 뱅킹, 로보어드바이저 확산 등 금융 전반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며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혼돈과 변화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도전과 혁신으로 경쟁의 프레임을 달리하는 탁월함을 이뤄가야 한다”고 하면서 변화를 3번, 혁신을 4번 말했다.
이날 취임한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농협은행은 농협의 안정적 수익센터 역할을 해야 하는 소명이 주어져 있다”며 “농협은행이 한 단계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새로운 변화를 성공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뜻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상황에 맞도록 적시에 적응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응형무궁(應形無窮)’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행장의 신년사에 변화는 5번, 혁신은 1번 등장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20번)과 ‘도전’(15번), ‘핀테크’(14번), ‘비대면’(11번), ‘해외’(9번)도 신년사에 빈번하게 등장했다. 여기에는 해외 진출과 비대면 거래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은행권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화합, 우리은행은 민영화 강조
지난해 9월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과 합병한 뒤 첫 새해를 맞이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유난히 화합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는 오늘의 하나금융을 있게 한 정신”이라며 “그룹이 진용을 갖추고 새 출발하는 지금 우리에게 이 초심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속, 출신, 경험 등이 모두 다르지만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고객을 향한 일치된 마음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최근 우리은행의 기업가치와 장기적 비전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해외 투자자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서 민영화 시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크다”며 “민영화를 위해서는 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 상승이 시발점이므로 2016년에는 모든 면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강한 은행을 기필코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