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호사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쓴 일부 언론 보도를 상대로 변호사들이 제재를 요구하는 등 집단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5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에 따르면 변호사 A씨는 최근 변협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변호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언론 기사에 대해 변협 차원에서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 변호사가 문제삼은 기사는 ‘흥신소 취업까지… 합법·불법 사이서 외줄 타는 변호사들’, 그리고 ‘여(女)변호사는 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매일 구치소로 출근했나’ 등이다.
이들 기사는 “변호사로부터 취업을 부탁하는 전화가 걸려왔는데 ‘월 200만원이라도 좋으니 고용해주면 흥신소에서 근무하며 각종 법적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완전 딱 달라붙는 초미니스커트에 속옷이 비치는 시스루 블라우스를 입고 구치소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 변호사가 있다” “법률자문 대신 웃음 파는 ‘접견변호사’”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일부 중소 법무법인(로펌)은 아예 로스쿨 출신 여자 변호사만 채용한다” 등 구절이 들어 있다.
A 변호사는 진정서에서 “젊은 여성 변호사를 특정지어 지목하고 마치 그들 대부분이 그러한 것처럼 매도하는 기사에 대해 모욕감과 분노를 느낀다”며 “변협이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B 변호사는 “변호사를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월회비 5만원도 못내는 빈곤층처럼 묘사하는가 하면, 극히 일부 변호사가 저지른 비위를 왜곡하고 확대해석해 ‘잡범’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하며 비난해 변호사 전체의 이미지를 현저히 실추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직 변호사가 되지 않은 예비법조인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무수습을 마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 20여명은 ‘여변호사는 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매일 구치소로 출근했나’ 기사에 대한 심층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냈다.
학생들은 “해당 보도는 여성 변호사에 대한 인격적 모독이자 성희롱”이라며 “구치소에 수감된 의뢰인들의 요구로 접견을 가는 여성 변호사를 ‘접견녀’라고 부르며 ‘룸살롱에서 여종업원 파트너 선택하듯 접견 변호사를 고르는 사례까지 있다’고 코멘트를 한 것은 여성 법조인 전반에 대한 성희롱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1990∼2000년대 사법시험 정원 확대와 2009년 로스쿨 개원으로 변호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변호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호사업계 전체가 불황에 빠진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2만명을 넘어선 변호사 수는 오는 2020년쯤이면 3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