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이 전날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의 문제다. 두 사안을 연계해서 처리하는 것은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달 민생법안 직권상정을 놓고 청와대와 정 의장이 한 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터라 청와대의 이날 비판은 정부와 입법부간 두 번째 충돌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지난달 15일 정 의장을 만나 선거법에 앞서 민생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주문했고, 정 의장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이후 경제체질 개선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핵심법안 처리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성에 나섰으나, 정 의장은 계속해서 여야합의가 없는 한 청와대가 요구하는 법안들을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정 의장이 전날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경제법과 선거법 연계처리 불가' 입장을 이병기 비서실장 등에게 전했다고 언론에 공개하자, 청와대가 즉각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정 의장의 이런 발언이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대통령의 뜻까지도 왜곡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선거법은 여야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지 않아 현재까지 처리되지 않았던 것이고, 민생법안들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기간 여야간 합의도 있었고, 현실적 절박성이 시급한 만큼 먼저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4대 구조개혁 완수 차원에서 핵심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해왔는데, 정 의장은 청와대가 법안처리를 위해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까지 발목잡는다는 식으로 오도했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 의장께서 경제의 어려움과 절박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어 보인다"며 '정 의장의 이미지 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전날 신년인사회에서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우리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한다"면서 4대 개혁 완수의 절박함을 토로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국회의장은 생산적이고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자리인데, 정 의장께서 의장직을 활용해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말했다.
아울러 정 의장이 직권상정의 길을 막아선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오는 8일 임시국회 종료일까지 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촉구해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무산될 경우 내주 께 가질 것으로 전망되는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비판의 강도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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