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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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맞벌이·육아에 지쳐 밥 해먹기보단 사먹는다

한국인들은 식비의 절반 정도를 외식이나 배달음식 등 밖에서 사먹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식생활의 외부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가구 구성원이 적을수록 밖에서 사먹는데 쓰는 식비의 비중은 더 컸다. 아울러 손쉽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 수요도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국인들은 식비의 절반 정도를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5 식품 소비량 및 소비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가구에서 주로 식품을 구입하는 20~69세 2000명, 14~74세 가공식품 구입경험자 212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구당 월평균 식비 50만원…절반가량 외식·배달에 지출

이번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식비는 50만9430원이었고, 이 가운데 42%(21만4163원)는 외식·배달에 지출됐다.

구체적으로는 외식에 30.1%(15만3477원), 배달(테이크아웃 포함)에 11.9%(6만686원)을 썼다. 나머지 48%(29만5267원)는 신선농산물이나 가공식품를 사는데 사용됐다. 특히 1인 가구의 배달·외식비 비중은 55.1%로 절반을 넘어섰다.

같은 맥락에서 손쉽게 한 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즉석 조리식품' 수요도 늘었다. "즉석조리식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74.6%로, 2013년(61.9%)과 지난해(72.6%)를 거쳐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연령대가 낮은 가구, 어린이·유아를 둔 외벌이 가구 등에서 즉석조리식품 구입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외벌이 가구, 즉석조리식품 구입경험률 더 높아

앞으로 소비를 늘리고 싶은 가공식품으로는 '우유'가 1위로 꼽혔고, 반대로 줄이고 싶은 가공식품으로는 라면류와 비스킷·과자류가 지목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온라인에서는 맞벌이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집에서 정성 들여 집밥을 해먹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혼자 살면서 정성과 시간을 들여 요리해 먹고 난 뒤 설거지도 해야 한다. 차라리 편하게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도시락을 사먹는 게 시간 절약도 되고 돈이 남는다"고 썼다.

◆정성 들여 집밥 해먹는 것 현실적으로 어렵다

B씨는 "2인 미만 가구는 반찬을 만들어 먹기가 쉽지 않다. 소량으로 재료를 사기 힘들 뿐 아니라 없는 시간을 들여 반찬을 만들어도 다 먹지 못하고 버리기 일쑤다"라는 글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정에도 외식·배달음식은 집밥 대신 손쉬운 선택이다.

C씨는 "맞벌이를 하면 일에 지치고 퇴근 후 육아에 지쳐 엄마나 아빠 모두 집에서 밥을 해먹을 기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 가족은 외식비가 거의 40만원에 육박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D씨는 "결혼하고 1~2개월동안 열심히 집에서 밥 먹으려고 했는데 맞벌이에 둘만 살다 보니 음식이 남아 버리게 되고 재료도 다 상해 그냥 사먹게 된다"고 했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더 싸다는 의견도 있었다.

E씨는 "마트에서 장을 봐서 만들어 먹는 것이나 사먹는 거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물가가 워낙 비싸 딱히 고급음식을 사먹지 않으면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되레 더 싼 경우도 많아

한편,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긴 해도 집밥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았다.

F씨는 "어릴 땐 외식이 좋았는데 나이 먹고 사회생활을 해보니 역시 집밥이 최고다. 외식 비중이 높아져도 꼭 괜찮은 집밥을 먹어줘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