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업계 풍향계 역할을 한 세계 가전전시회 ‘CES 2016‘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카’다. 가전·컴퓨터 분야에선 이렇다 할 신기술·신제품이 뜸한 반면 자동차업계는 앞다퉈 장밋빛 자동차의 미래를 내놓고 있다.
특히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은 곳은 ‘제2의 테슬라’로 거론되는 전기차 벤처업체 패러데이 퓨처. 18개월 전 설립된 신생벤처이지만 중국 거대 자본을 배경으로 테슬라와 GM, 아우디, 보잉, 애플 등 자동차·IT업계 인재가 모인 곳으로 주목받았다. 급기야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1단계로 10억달러를 들여 전기차 생산시설을 짓기로 해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자로 급부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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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기아자동차 전시관에서 모델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인 ‘드라이브 와이즈’를 시연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
이번 CES에선 집중조명을 받으며 4개의 고성능 모터에서 1000마력을 이끌어낸다는 1인승 슈퍼 전기차 ‘FF제로1’ 모형을 공개하는 것으로 공식 무대에 데뷔했다. 패러데이 퓨처는 “배터리 용량 등이 탄력적인 가변형 차체의 전기차를 수년 내 개발해서 업계 판도를 바꾸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판도를 바꾸는 건 차치하고 실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테슬라 출신인 닉 샘슨 연구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은 “개발이 순조로우면 2년 안에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전체 시장의 1%를 놓고 다투는 테슬라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포드, BMW 등도 이번 CES에 참석, ‘커넥티드 카’ 등 다양한 자동차의 미래를 소개했다. 기아자동차도 CES에 전시관을 개설하고 ‘2030년 완전 자율 주행’을 목표로 독자개발 중인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쏘울EV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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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폴크스바겐이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발표한 커넥티드 전기밴 ‘버디(BUDD-e)’를 공개했다. 사진은 버디 내부의 모습.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
그중에서도 미래 자동차 개념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 건 독일 폴크스바겐이다. 폴크스바겐은 5일(현지시간) 커넥티드 전기밴 ‘버디(BUDD-e)’ 시제품을 공개했다. 1970년대 ‘히피’ 문화의 아이콘으로 여겨질 정도로 서양인에게는 각별한 마이크로버스 계보를 잇는 미니버스다. “버디, 운전석 문을 열어줘” 등 운전자의 음성 명령으로 작동한다. 사물 인터넷 네트워크가 설치된 집안 냉장고 상태를 운전자에게 알려주거나 방문자에게는 현관문을 열어 주는 등 그동안 개념에 머물렀던 커넥티드카의 실체를 구현했다. 수년 내 출시 예정인 버디 개발에 협업 중인 LG전자 최성호 클라우드센터장도 연사로 깜짝 등장했다. CES 무대 밖에선 자율주행기술과 스마트카 개발을 위한 업체 간 합종연횡이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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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폴크스바겐이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발표한 커넥티드 전기밴 ‘버디(BUDD-e)’를 공개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
특히 자율주행의 핵심인 전자지도와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놓고 독일과 미·일 연합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구글과 협업 중인 포드는 이번 CES에서 자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일본 도요타와 공유한다고 발표했다. 이 공유 체제에는 혼다·푸조·시트로앵은 물론 우리나라 현대차도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은 최근 노키아 산하였던 ‘히어(Here)’라는 지도업체를 인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공조체제를 구축 중이다. 그래픽 처리기술로 유명한 엔비디아는 이번 CES에서 자율주행차량용 슈퍼컴퓨터 ‘드라이브 PX2’를 공개했고, 볼보가 자율주행 프로젝트로 채택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