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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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북한, 中에 '순망치한'…김정은 사실상 뭐든 할수있어"

"중국, 전략적 현실 때문에 평양 보존할 수밖에"
CNN "북한, 중국 면전 때렸다"…NYT "북한, 중국에 대해 도박"
북한이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무릅쓰고 '수소탄 실험'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북한의 존재가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현실을 김정은 정권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북한이 무너지면 미군이 한반도와 중국의 국경지대까지 밀려오고 중국 동북부 산업지대에서 베이징에 이르는 경로를 장악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중국에는 북한 동맹이 무너지는 일이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현실'은 북한의 '왕조'를 대담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번 일은 북한이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고뇌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WSJ는 평가했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 전격 발표로 중국의 "뒤통수를 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CNN방송은 북한이 중국에 "면전을 제대로 철썩 때린 일"이며 "베이징이 전적으로 분노할 일"이라고 표현했다.

WSJ는 "김정은은 자신의 나라가 중국에는 없어서는 안 될 완충장치, 중국인들 표현대로 '이(齒)에 대한 입술'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는 사실상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빠져나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의 존재가 중국에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신문은 북한이 식량과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독재정권의 생명까지 유지해주는 이웃과 낯익은 심리게임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SJ는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중국의 초청을 받지 못하는 '외교적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보일 정도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임자들보다 북한을 강경하게 대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현실정치'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는 가운데 한반도는 특히 자국에 위태로울 만큼 인접한 터라 '북한의 종말'로 정의되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승리는 중국에는 패배가 된다.

게다가 이는 중국의 경쟁국 일본이 주춧돌을 놓은 동아시아 내 미국 동맹체계에 승리를 의미한다는 점도 중국에는 뼈아픈 일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붕괴는 중국 국내 정치에도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 인민이 명목상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를 목격하면 바로 중국 정권이 다음 순서가 될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이번 일로 북한에 대해 중국이 강력한 처벌에 나설 것이라고 믿어도 좋지만, 중국이 평양을 희생시키면서 미국에 승리를 건네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라"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은 중국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존'해야 할 나라지만, 이번 수소폭탄 실험과 같은 일을 손 놓고 흘려보낸다면 시 주석은 또 다른 리스크(위험요인)를 안게 된다.

중국 여론이 북한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을 미국과 동등하게 존중받고 대접받는 '강국'으로 만들려는 시 주석의 비전에도 해가 된다. 북한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WSJ는 이제까지 나온 수소폭탄에 대한 중국의 공식 반응을 보면 중국이 북한과 완전히 멀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동안 탈북자 문제나 이번 수소폭탄 실험 소식에 따른 중국 내 분위기만 보더라도 만주지역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난민이 밀려오면 중국에 얼마나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이 정당방위로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위협하거나 미국이 남한에 미사일방어(MD) 구축을 시작한다면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싶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면서 모란봉악단 철수에 이어 이번 발표로 시 주석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번 북한의 결정은 이웃이자 최고 동맹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북한이 중국 국경에서 50마일(약 80㎞)가량 떨어진 곳에서 핵실험을 진행하면서 다른 국가들이 요구하는 대로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박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 역시 시 주석이 국경에 위협이 되는 일을 원하지 않지만, 핵 문제라는 점에서 북한에 강경대응할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입장을 모두 전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은 전임자들이 했던 것 이상으로 국경의 불안정함을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외교적으로 북한에 거리를 두면서 경제적 관계는 발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리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상실하는 것보다도 비핵화라는 것이 그들이 최고로 신경 쓰는 부분"이라며 "이번 일은 시 주석에게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